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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쏘았던 계엄군이 "시민군 총 맞았다"며 유공자로 변신

"가해자와 피해자가 똑같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고, 함께 국립묘지에 묻혀서는 안돼"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1/05 [15:38]

시민 쏘았던 계엄군이 "시민군 총 맞았다"며 유공자로 변신

"가해자와 피해자가 똑같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고, 함께 국립묘지에 묻혀서는 안돼"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1/05 [15:38]

5·18기념재단과 3단체 "계엄군 국가유공자 예우·혜택 중단해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광주 금남로에서 시민들을 진압하고 있는 모습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5·18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의 무력 개입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내어 아직도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그 상흔이 남아있다. 역사의 큰 죄를 짓고도 얼마 전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씨가 반성은커녕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 발언을 해 세간을 시끄럽게 했다.

 

그런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중에는 전두환 군사 정권 때 국가 유공자로 지정된 이들이 있는데, 이 계엄군들의 심사 서류를 입수해 살펴봤더니 왜곡, 조작된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고 MBC가 4일 보도했다.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발포를 할때 부하들에게 실탄을 나눠줬던 11공수부대 조 모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심사 서류를 보면 81년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이 문서에는, 조 대령이 "1980년 5월 24일 광주소요사태 진압시 폭도의 기습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서류가 인정되면서 조 대령은 국가유공자가 됐다.

하지만 당시 보안사 문서에 따르면 조 대령이 폭도의 기습을 받았다고 주장한 80년 5월 24일은 11공수부대와 보병학교 사이의 오인사격으로 9명이 숨지고 43명이 부상을 입은 날이다.

 

조 대령 본인도 지난 94년 5·18 사건 검찰조사에서 "오인사격으로 오른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니까 폭도(시민군)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는 유공자 심사 서류와는 달리 아군간의 오인사격으로 다쳤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오인사격으로 부상당한 다른 일부 계엄군들도 "기습을 받아 다쳤다"고 주장해 유공자가 됐다.

 

노영기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전 조사관은 "사실 자체를 왜곡을 해야만 그 이후에 여러 가지 행정적인 절차를 간소화시킬 수도 있고 그 이후에 나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덮을 수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부가 계엄군 출신 유공 신청자들을 심사하면서 왜곡과 조작을 검증하지 않았거나 눈감아 준 의혹이 제기된다.

 

결국 최초발포자부터 발포 책임이 있는 지휘부까지 시민을 쏘고도 시민에게 죽거나 다쳤다고 왜곡된 채 국가유공자로 지정됐고, 다수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이순자 망언 사죄하라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4일 오후 서울 전두환 전 �통령 연희동 자택 앞에서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옛 전남도청 �킴이 어머니들이 이순자씨의 민주화의 아버�는 전두환 망언을 규탄하고 있다.  mon@yna.co.kr

4일 오후 서울 전두환의 연희동 자택 앞에서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들이 이순자씨의 민주화의 아버지는 전두환 망언을 규탄하고 있다.

 

송갑석 의원 "국립현충원 안장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해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을 짓밟은 계엄군 중 국가유공자 사망자 대부분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73명 중 56명은 어떤 심의 절차도 없이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5·18 계엄군 책임자급인 소령 5명도 포함됐으며, 현재 생존자들 역시 사망할 경우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보훈처는 80년 당시 국방부와 경찰이 보훈처에 제출한 한 장의 확인서에만 의거해 계엄군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이 지난 11월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촉구했으나, 국가보훈처는 국방부에서 해당자에 대한 사망과 부상 재심사를 진행하면 보훈처에서도 재심사를 하겠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보훈처의 입장에 국방부는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에서 요청하면 재심사를 하겠다며 국가인권위와 국민권익위에 공을 떠넘겼고, 이에 국가인권위와 국민권익위는 국방부가 직권으로 심사 가능한 사안이라고 답하는 등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형국이다.
 
송 의원은 "1997년에 대법원은 이미 계엄군의 광주 진압을 국헌문란으로 규정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한 광주시민들의 시위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판결했다"며 "상관의 위법한 명령일지라도 명령을 따른 경우, 부하가 한 범죄 행위의 위법성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가담자와 헌정질서수호자가 똑같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국립묘지에 묻히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국가보훈처의 행태는 5·18민주화 운동과 희생자들을 모독하는 일이며, 역사인식 부족에 따른 명백한 오판"이라며 "보훈처는 5·18 진압이 군부의 책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맞게 당연히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5·18 계엄군에게 지급된 보상금과 연금이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게 지급된 것보다 1인당 평균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갑석 의원이 12월 20일 국가보훈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5·18 계엄군 73명이 지난달까지 지급받은 보상금과 연금은 모두 164억2천300여만 원이다.

 

1인 평균 2억2천400여만 원이 지급된 셈이다.

이 가운데 전상군경으로 분류된 A 씨는 보상금과 수당 등을 포함해 6억4천400만 원을 받았다. 반면 1991년부터 최근까지 5·18 유공자 5천800여 명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모두 2천510억 원으로 1인 평균 4천300여만 원에 불과했다.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5·18 계엄군 73명 중 사망한 30명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고, 이 중에는 최초 발포자를 포함해 책임자급인 소령 5명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5·18기념재단과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무고한 시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군인들은 전사자가 아니고, 국가유공자는 더욱더 아니다"며 "이들이 국가유공자로 예우받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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