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초품아’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아주 인기다.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있으면 자녀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초등학생보다 더 안전 통학이 중요시되는 유치원(어린이집)을 품은 아파트, 이른바 ‘유품아’ 아파트는 왜 없을까?
그동안은 건설업체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어린이집을 지을 의무가 없었다. 그래서 기존 아파트 단지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달라진다. 5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에 무조건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품아’ 못지않은 ‘유품아’ 아파트가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
올 봄에 ‘보육대란’이란 말이 나왔다. 아파트 내 어린이집 공급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유치원을 들어가는데 대학입시를 방불케 하는 경쟁을 치루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은 선호도가 높아 경쟁이 더 치열하다. 오죽하면 국공립유치원에 보내려면 뱃속에서부터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의 만족도 역시 국공립어린이집이 4.11점으로, 직장어린이집(4.37점)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2018년 10월 말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에 설치된 국공립어린이집은 683곳으로 전체 공동주택 단지 어린이집 4208곳의 16.2%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조기 달성을 위한 대책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9월 25일부터 500가구 이상의 신축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우선 설치하도록 권고할 뿐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국공립어린이집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성남시는 기존 아파트 단지의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면 관리 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에 최대 1억 원의 단지시설 개선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민간어린이집 운영자에게 받던 임대료 수입 포기 분을 보전해주는 차원이다.
협약에 따라 성남시는 이곳 어린이집 시설을 5년간 무상 임대해 국공립으로 운영한다. 지자체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적극 실천하는 사례다. 이는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해볼 수 있는 모범사례다.
그럼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한 위례어린이집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직접 가보니 위례어린이집은 지상 1층, 총 535㎡ 규모다. 모두 7개 반의 보육실과 사무실, 교재실, 조리실 등의 시설을 갖춰 만 1~5세 영유아 79명을 보육하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즐겁고 신나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마을에 국공립어린이집이 생기자 이곳에 사는 부모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좋아했다. 이제 아이를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것이다. 위례어린이집에 4세 아이를 보낸 한 학부모는 “올 봄에 다른 곳에서 보육대란을 겪는 것을 봤는데요. 우리 아파트는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돼 아무런 걱정 없이 아이를 보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곳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죠”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성남시는 올해 공동주택 내 5곳의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추가 전환한다. 각 단지 입주자대표회가 성남시에 국공립어린이집 개설을 신청한 데 따른 전환 계획이다.
정부는 부모들의 요구에 공공보육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매년 국공립어린이집을 550개 이상 늘려 2021년까지 공공보육 이용률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의 ‘공공보육 이용률 40%’ 달성 목표를 이행하는 데 500가구 이상 신규 아파트 내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의무화가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남시처럼 기존 아파트 단지 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한다면 정부의 공공보육 이용률 40% 달성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영유아를 둔 가정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이 아니라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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