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살롱
장로교 교회개척원리
안재경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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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24 [16:2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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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교회개척?

7만 8000개와 2만 5000개, 이 숫자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일까? 어느 종편의 앵커 브리핑에 이 숫자의 비교가 나왔는데, 교회와 편의점의 숫자다. 한국에서는 교회가 편의점의 3배를 넘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교회가 더 필요할까? 이렇게 교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교회를 개척해야 하는 것일까? 기존 교회들 중에 자립하는 교회가 절반이나 될까? 끊임없이 외부의 재정지원으로 근근이 유지되는 교회가 수없이 많은데 또 다시 교회를 개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는 교회를 개척하는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교단별로 목사를 수없이 배출하는데 대책이 없다. 쉽게 말하자면 담임목사가 되는 경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40대 중반이 지나도 담임목사가 되지 못하면 교회를 개척하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부목사로서 교회에서 계속해서 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목사로 은퇴하는 것을 생각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나 본인이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선교사일 수도 있고, 교회를 개척하는 것일 수 있다.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는 기존교회 목회자보다 훨씬 더 탁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문제는 심각하다고 하겠다. 교회를 잘 목회하는 담임목사가 교회를 개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신촐 교역자가 개척을 하니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교회를 개척하여 자립하고, 더 나아가 조직교회(장로를 세워 당회가 구성되는 것)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예전에 교회가 부흥하던 시기에는 교회를 개척하기만 하면 성장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10개를 개척하면 7-8개는 2-3년내에 폐쇄된다고 한다. 가면 갈수록 교회를 개척하여 자립하는 경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교회를 개척하는 교역자의 입장에서는 부푼 꿈을 안고 개척하지만 막상 2, 3년을 지나면서 내가 왜 무턱대고 개척했는가 괴로워한다. 온 가족이 고통을 당한다. 교회가 성장하냐는 말을 듣는 것을 괴로워하면서 언제 교회를 폐쇄할까를 생각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계속해서 개척해야 할까? 그렇다. 교회를 계속해서 개척해야 한다. 교회는 여전히 더 많이 필요하다. 대형교회의 문제점이 수없이 지적되고 있기에 작지만 강한 교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  

장로교회 개척원리

교파별로 교회 개척하는 방식이 다르다. 회중교회는 교회를 개척할 때 철저하게 개체교회가 주도권을 가진다. 개체교회의 선교위원회가 교회개척 계획부터 후원까지 책임을 지고 추진한다. 감독교회는 지역교회의 주도권을 허락하면서도 총회 위원이나 전도위원회가 책임을 지고 교회개척을 추진한다. 교회정치형태는 아니지만 최근에 인기가 있는 셀교회 모델은 새로운 셀의 무한한 증식을 추구하지만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려고 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장로교회는 교회를 개척하는 일이 개척자 개인이나, 몇몇 뜻이 맞는 신자들이 주도해야 할 일이 아니라 개체교회가 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개척사역자나 몇몇 교인들이 기도하면서 교회개척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개체교회에 알려서 빠른 시일 내에 공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들이 회원으로 소속된 개체교회에 알리지도 않고 은밀하게 교회개척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를 개척하려고 하는 이는 누구든지 자신이 개체교회에 속한 회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체교회 당회가 본 교회 회원 중에 교회를 개척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되도록 신속하게 이 일에 개입해야 한다. 개인이나 몇몇 이들이 주도하도록 해서는 안되고, 개체교회가 공적으로 진행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교회개척이 교회공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개체교회의 문제를 넘어서 노회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로교(고신)헌법에서는 “예배장소를 준비하고 일정한 교인들이 회집하다가 교회를 설립하고자 하면, 노회에 청원하여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해석할 때에 설립을 허락받기 위해 노회와 접촉하면 된다고 해석해서는 안되겠고, 교회개척 초기부터 노회와 접촉하여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야 하겠다. 장로교회 정치원리는 지역교회들의 모임인 노회가 개체교회의 문제를 협의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척선교회, 모교회, 노회의 역할

한국장로교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청교도들의 교회개척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미 대륙에 정착한 청교도들, 특히 회중정치를 지향했던 청교도들은 다음과 같은 개척원리를 확립했다. 먼저, 교회를 시작하려고 하는 이들은 서로 만나 사적으로 서로의 영적인 상태를 점검한다. 다음으로 이들은 행정기관과 주위 교회에 자신들이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뜻이 있으며 공식적으로 모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린다. 공적인 모임이 시작되면 금식과 기도에 전념하면서 자신들의 신앙고백을 분명하게 하고 이웃 교회들의 목사들이 질문할 때 분명하게 답할 준비를 한다.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거룩하고 엄숙한 언약을 하는 날을 잡는데 이미 작성해 놓았던 언약을 그들의 입으로 고백하고 자신들의 손으로 서명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교회의 대표자들이 그 회중에게 교제의 악수를 한다. 이때 기도와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시편찬송과 축복을 선언한 후에 그 모임을 마친다. 

한국은 지금도 여전히 선교지적인 상황이기에 교회설립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교회를 개척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진 이들의 모임을 ‘개척선교회’라고 불러보자. 한국에서는 목회자의 가정이 개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회의 지원 없이 무작정 개척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혹 교인 가정이 개척을 주도하려고 해도 그 가정이 너무 많은 부담을 안고 있기에 서두르지 말고 개척에 동참할 수 있는 몇 가정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 개체교회의 어떤 소그룹이 교회선교회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때도 개체교회가 먼저 개척의 필요성을 느끼고 격려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개체교회에 속한 이들이 함께 모여 개척선교회를 시작할 수도 있는데 이때에는 소속된 여러 교회들이 함께 논의하면서 지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척선교회 단계에서는 참여한 이들의 회원권이 그들이 소속된 교회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척선교회가 교회개척을 시작되면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후원할 ‘모교회’가 나서야 한다. 개척교역자가 있다면 그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개척에 동참할 이들을 파견하는 등의 일을 감당할 모교회가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교회가 있어도 교회개척이 어려운데, 개척에 동참한 이들이 스스로 모든 결정을 내리고 진행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교회개척이 시작되었다면 모교회만이 아니라 모교회와 개척에 동참하는 이들이 속한 노회에 보고하여 노회가 이 문제를 공적으로 끌어안도록 해야 한다. 노회내의 ‘선교전도부’가 이 일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노회가 교회개척에 동참한 이들을 불러서 진행내용을 확인하고, 지도하고 감독해야 한다. 교회개척에 동참한 이들이 처음에는 대단한 열심으로 그 일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어느 순간에 가서는 동력이 떨어져 교회개척을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헌법적으로도 그렇지만 노회는 함부로 교회설립을 허락해서는 안된다. 교회설립시까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하고, 교회설립요건이 갖추어지지도 않았는데 교회설립을 덜렁 허락하고 내 몰라라 해서는 안될 것이다.   

분립 혹은 합병을 통한 개척

교회를 개척하는 방법은 목회자나 몇몇 가정이 주도하는 개척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로교회 개척은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분립개척이 바람직하다. 개체 교회가 지나치게 비대할 경우 분립하여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7년 고신총회는 회중 500명이 되는 교회는 교회분립개척을 권장하기로 했다. 의무사항으로까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분립개척의 경우에는 개체교회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로 노회의 허락을 받아 교회를 분립할 수 있다. 개체교회에서는 부교역자가 5년이상 사역하고 나면 그 교역자와 함께 교회를 개척할 가정들을 모아서 분립개척을 허락하는 것이 좋겠다. 교회분립이 쉽지 않지만 교인들이 서로 친밀하게 교제하고 돌아보기에 적당한 교회규모로 분립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척자와 그의 가정이 교회를 개척하여 수 년 동안 엄청난 고통을 치르다가 결국 교회를 폐쇄하는 경우가 많기에 분립개척이야말로 교회가 안정된 상태에서 굳건하게 서 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분립개척과 반대로 두 개 이상의 개체교회가 합병하여 교회를 새롭게 세울 수 있다. 개체교회가 적당한 수의 직분자를 세울 수 없는 상황일 때, 즉 교회로서 제대로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닐 때 교회를 폐쇄해야 한다. 목사, 장로, 집사의 적당한 수가 세워질 수 없는 교회는 교회로서의 존립을 고민해야 한다. 목사 자신도, 노회에서도 교회를 폐쇄하자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과감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폐쇄하지 않으려거든 노회에 속한 교회들의 교인들을 파송하는 등 그 교회를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교회를 폐쇄한다면 그 교회의 재산이나 교인을 노회가 잘 처리해야 하는데 이럴 때는 폐쇄하기 보다는 약한 교회들을 합병하는 길을 찾는 것이 좋겠다.

교회개척의 종료

언제까지 개척교회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기도소로부터 시작하여 노회로부터 교회설립을 허락받고 나면 개척교회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 장로교(고신)헌법에 의하면 장년교인 20명이 되면 노회의 허락을 받아 설립예배를 드리므로 개척이 종료된다. 하지만 미자립교회인 한 계속해서 개척교회라는 말을 사용하고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개척이 종료되는 시점은 노회로부터 교회설립을 허락받을 때이다. 교회설립을 허락받고 설립예배를 드렸다고 해서 교회개척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교회가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교회개척이 종료된다는 뜻이 아니다. 아무리 재정적으로 자립을 한다고 하더라도 ‘미조직교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교회개척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당회, 즉 최소한 장로 1인과 목사 1인이 세워지지 않은 교회는 미조직교회이기 때문에 교회개척이 완료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교회가 성장하고 교인들이 늘고 재정적으로 자립한다고 해서 교회개척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로교정치원리는 다수의 장로들에 의한 치리, 즉 개인이 아니라 회(會)에 의한 치리를 근간으로 한다. 장로교회는 장로회, 즉 당회가 조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척된 교회는 당회가 구성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사실, 장로가 먼저 세워져야 하고, 당회가 구성되어서 다른 직분자를 세우는 것이 합당하다. 현실에서는 거꾸로인 경우가 많다. 어쨌든 장로교회로 개척하는 경우에는 당회가 구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장로를 세우는 것이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교회를 개척하여 성장하여도 장로를 세우는 것을 귀찮아한다면 문제가 있다. 장로가 있으면 목사가 목회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장로교회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교회가 얼마나 성장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한 명이라도 좋은 장로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복된 교회요, 성공 목회이다. 다른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안재경 목사

(온생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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