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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는 말 많이도 하며 산다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1/01 [11:33]

죽겠다는 말 많이도 하며 산다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1/01 [11:33]

  © 석도익 소설가



이 지구상에 터 잡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저마다 살기위해서 혼신을 다하고, 동족번식을 위해서는 생명도 아끼지 않는다. 

 
평생을 움직이지 못하고 한곳에서 살아야 하는 식물은 씨앗에서 발아되는 순간부터 뿌리를 넓고 깊게 내려 물과 영양을 끌어올리고 잎은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위해서 발돋움하며 치열한 경쟁을 하여야 한다. 동물도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서부터 거대한 짐승에 이르기 까지 양육강식의 먹이사슬 속에서 어떻게 하든 살아남아 종족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역시 신체적으로는 열악한 조건임에도 지능을 이용하여 만물에 우위를 차지하고 살아가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면 성실하게 잘 살면서도 살겠다는 말보다는 죽겠다는 말을 아주 많이 하면서 산다.

 
일을 하다 힘들어 죽겠다. 피곤해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더워서 죽겠다. 추워서 죽겠다. 바빠서 죽겠다. 미워 죽겠다. 회사가기 싫어 죽겠다. 졸려죽겠다. 보고 싶어 죽겠다. 하다하다 아이고 그냥 죽겠단다.

  

왜 죽겠다고 할까? 죽음은 기다리지 않아도 누구나 다 죽음을 맞이하는 건데 정말 이토록 살기가 힘들어서 죽겠다는 것일까? 그러나 죽겠다는 말도 실없는 말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맛난 음식을 먹고도 배불러 죽겠단다. 술 취해 죽겠단다. 먹기 싫어 죽겠단다. 심지어는 좋아 죽겠단다. 예뻐 죽겠다. 신나서 죽겠단다. 

 
말끝에 ‘죽겠다’는 말을 접미사와 같이 더 붙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이미 싫다, 힘들다는 말에 부정적인 느낌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 그냥 싫다, 힘들다, 피곤하다고 말해도 되는데. 거기에 ‘죽겠다’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기어이 붙이고야 만다. 뱉어낸 말의 문을 닫으려면 ‘죽겠다’가 꼭 들어가야만 하는 것처럼. ‘죽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죽겠다. 

 
물론 이때의 ‘죽다’는 보조 형용사로, ‘앞말이 뜻하는 상태나 느낌의 정도가 매우 심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말끝마다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좋아서 죽겠다. 신나서 죽겠다 고도 한다. 여름 같으면 더워서 죽겠다는 말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어떻게 좋아서 죽겠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말 죽고 싶어서(?) 하는 말일까? 그러나 죽겠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죽고 싶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죽겠다는 것은 외부에 의한 고통이나 변화를 가지고 자신을 변명하는 말이지만 “죽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런 말투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경향이 생기지 않았을까? 

 
어쨌든 살기 힘든 것만은 사실이기에 살겠다. 살고 싶다. 는 말보다는 죽겠다 죽고 싶다. 라는 말을 더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죽겠다”는 말이 언제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말은 유행어에 밀려서 퇴락하고 새로운 신조어가 생기는데 “죽겠다”는 말은 세월과 환경에 관계없이 건재하고 있다. 

 
지난날에 먹고 살기가 어려울 때는 생존에 대한 총괄적인 표현이 “죽겠다”고 하였으면 지금같이 모든 것이 풍족한 환경에서 “죽겠다”는 것은 정서적 궁핍에서 오는 삶의 질에 원인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힘들다” “힘들다” 말하면, 더 힘들어지고, "안 된다" "안 된다" 말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어렵다" "어렵다" 말하면, 더 어려워지고, "죽겠다" "죽겠다" 말하면, 고통스러운 일만 생겨난다.

 
"잘 된다" "잘된다" 말하면, 안 될 일도 잘되고, "행복하다" "행복하다" 말하면, 행복한 일이 찾아온다.

  

죽겠다고 혼잣말로 하지만, 운명의 귀는 내 생각을 감지하고, 내 말을 듣고 있다. 그러므로 무의식적으로라도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해야 한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모두 이루어 질것이라 믿으며 “죽겠다.” 하지 말고 “살겠다.” 로 바꾸면 좋겠다.

 

석도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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