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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도익 인생칼럼] 화이팅을 왜 외치는가?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4/01/04 [21:49]

[석도익 인생칼럼] 화이팅을 왜 외치는가?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4/01/04 [21:49]

  © 석도익 소설가


2023년의 한해가 가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한다. 한해의 일한보람을 갈무리 하고, 새해에 할 일을 계획하는 모임이 많은데 행사가 끝나고 나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키 작은 사람은 발뒤꿈치를 들고 큰사람은 허리를 낮추는 배려를 한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사람이 주먹을 올리고 “화이팅”을 외치라고 주문하기 일 수다.

대통령도 자기 맘대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이발사 다음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 모두 잘 나오려면 따를 수밖에 없다.

주먹을 단단하게 쥐고 위로 올리며 “화이팅!” 해야 한다. 무슨 운동선수의 출전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언제부턴가 어디를 가나 그 모양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간다. 기념사진에 신사복을 입고 주먹 쥔 팔을 쳐들어 함성을 지르는 모습이라 어떤 행사 사진인지 가늠하기조차 어지럽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파이팅 하잔다. 국민을 선도하는 방송이나 신문매체에서 앞장서듯 무시로 쓰고 있어 그런지 국민용어가 되어버렸다.

처음엔“파이팅” 또는 “화이팅” 이라는 구호는 운동경기장에서 잘 싸우자는 뜻으로 쓰이고 있었다.

이 말의 유래를 찾자면, 복싱에서 시합 개시를 알리는 'Fight!'라는 말이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에서 "싸워~ 잘 싸워"를 '파이토, 화이토(ファイト)'로 계속 외치다보니 알게 모르게 응원문구로 변질되어진 것일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파이팅~이 부족해, 파이팅을 발휘했다" 등으로 과거에 스포츠 경기에서 많이 쓰였는데. 이것이 “파이팅, 화이팅”이란 구호가 된 걸로 추정하고 있다.

영단어 'fight'의 뜻 자체는 '싸우다'는 뜻보다도 '주먹으로 치고받다'는 의미가 강하다. 현재진행형인 ~ing가 들어가 있는 이 단어는 '주먹으로 치고받으며 싸우고 있다'라는 의미가 된다.

힘을 북돋기 위한 말로는 어울리지 않아서 지나가던 외국인이 들으면 '싸움 났다!'로 알기 쉽다.

이 말에 근원지인 일본은 지금까지도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있는 그 일본이 세계정복을 꿈꾸며 일으킨 전쟁에서 가미카제 자살특공대 대원들이 출격 전에 일왕에게 죽기로 맹세하고 전투기에 폭탄을 가득 실은 후 외쳤던 한마디 그것이 바로 “화이토” “화이팅!” 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많고 많은 구호 중에서 왜 하필이면 파이팅인가? 사기를 북돋우는 구호 하나에도 뜻과 혼이 들어있고, 맥이 흘러야 하며 힘이 충전될 수 있어야 한다.

경기장에서는 힘을 내기 위해서는 기합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힘내라! 힘!“  ”아자! 아자!“ ”싸우자!'이기자! 야~!” 라고 외친다면 더 좋을 듯싶다.

또한 기념사진을 찍어야 할 때에도 엉거주춤하게 서있기 뭐하다면 모두 웃는 얼굴이 되게 하고 마음을 함께하는 “만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건강 하세요” “사랑 합니다” “위하여!” “홍천사랑해~”등 얼마든지 많고 많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아름다운 우리말로 힘차게 외치자. 구호마저 “화이팅”이라는 국적불명의 것으로 용기를 북돋우고 화목을 다져야할 이유는 굳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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