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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에서 반도체까지(1)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11/19 [12:33]

검정 고무신에서 반도체까지(1)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3/11/19 [12:33]

  © 새마을운동


「검정 고무신에서 반도체까지」라는 제하로 80대를 전후하신 어르신들의 삶을 세 번에 나누어 조명해 본다.

 

이 글은 필자가 홍천읍 노인회(분회) 사무장으로 재직 시, 2022년도 노인의 날 행사에서, 어르신들은 지난 세월 들을 회상(回想)하시고, 내빈(전후세대)들과 참여자 모두는 어르신들의 삶을 함께 공감(共感)하며, 그다지 많이 남지 않으신 삶에 대하여 감사와 존경과 더불어, 어르신들의 복지에 더욱 관심을 가져 주십사하는 후배들의 다짐(決意)을 이끌어 내고자 해방 전·후로부터 현대사에 걸친 주요 역사에 대하여, 흑백 사진과 함께 편집한 내용을 3~4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엮어서 ‘프레젠테이션’했던 내용이다.

 

올해로 해방을 맞이한 지 78년, 6.25 한국전쟁을 겪은 지 73년째가 된다.

 

현재 80대 전·후반 연세의 어르신들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순사(경찰)들이 말 위에서 긴 칼 차고 거드름 피우며 우리 선량한 백성들 위에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던 때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분들이다. 그들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아이가 울면 부모님께서 “순사 온다.” 하시면 울던 울음도 뚝 그쳤다고 한다.

 

그때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과 해방의 기쁨도 잠시, 불과 5년 뒤 맞이한 한반도 내 가장 참혹했던 역사인 6.25 전쟁을 몸소 겪으신 분들이다. 그리고 이어진 월남전 참전, 새마을 운동... 꽁보리밥에 김치 한 줄 도시락 싸가며 나랏일, 마을 일에 헌신하셨던 분들이다. 요즘 같으면 난리 날 상황이다. 어디 감히 나랏일이라 할지라도 도시락도 없이 무보수로 일을 시킬 수 있겠는가?

 

 



파독광부, 간호사로..., 목숨 바쳐 월남전 참전으로...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차관을 얻을 명분을 얻어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주역이신 분들이다. 그야말로 나라 발전의 영웅들이시다. 더불어 공권력에 순종하며 살아오신 분들이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월남전에도 가라면 가셨고, 오라면 오신 분들이다. 한 줌의 재로 귀국하신 분들도 5천여 명이 넘는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며 모진 주림과 생사를 넘나드는 삶의 현장에서 오직 부강한 나라와 배부른 후손들을 꿈꾸며 오늘날 세계 경제 10위, 군사력 6위, 문화예술 분야와 첨단 IT분야에서도 세계강국으로 올려놓으신 주역들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 혹독한 고난과 역경을 감내하며 살아오신 그 어르신들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2016년과 2018년 도 통계에 의하면, 노인 빈곤률 43.4%, 노인자살률 10만 명당 53.3명. 이 수치는 부끄럽게도 OECD국가 중 1위이며, 몇 년째 이 부동의 불명예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제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도 이 어르신들의 생애가 짧으면 5~6년에서 10년 남짓하신 것이 현실이다. 바램으로는 120세까지 건강하고 풍요롭게 사셨으면 한다.

 

아프리카에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한 개가 없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홍천읍 분회 사무장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어르신들께 80인생의 소중한 경륜과 지혜를 듣게 될 기회가 많았다. 행운이었다. 대개 오래된 흑백사진을 통해 눈으로만 보고 느낄 수밖에 없는 소중한 경험들을 직접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대사의 산증인이신 그분들께 이런 소중한 말씀을 들을 날도 그리 많지 않음에 서글픈 생각도 든다.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나라와 후손들의 밝고 풍요한 미래를 위하여 헌신해 오신 그 어르신들께서 보람과 함께 즐겁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 노력했으면 한다.

 

 



최근 모 정당의 어르신 폄훼 발언 때문에 시끌벅적했던 기억이 있다. 전에도 같은 당 의원들의 몹쓸 발언들을 들은 적이 있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투표하러 오시지 말라’는 생각들이다. 세속적인 표현대로 쓰레기 같은 생각이다. 저런 자들에게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라는 책임을 부여한 게 그저 부끄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들은 과연 길거리에서 쓰레기 줍고 월 27만 원 받으시는 어르신들의 현상을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어르신들의 보수가 너무 적으니 월 40~50만 원 정도 드려야 한다.”라고 목소리 한번 높여 봐라.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정책에 각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짚신과 검정 고무신의 나라에서 반도체의 나라로 만들어 내신 영웅들의 삶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아울러 어르신들에 대한 예우가 이대로는 결코 안 된다. 라는 생각을 함께 공감했으면 한다.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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