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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한상도의 태화산 편지 602. 상선약수(上善若水)

강원경제신문 | 기사입력 2016/07/11 [06:47]

농부작가 한상도의 태화산 편지 602. 상선약수(上善若水)

강원경제신문 | 입력 : 2016/07/11 [06:47]

 

▲ 농부작가 한상도     © 강원경제신문

 

 

계곡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 이후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일을 하다 힘이 들어 쉴 때면
바위 위에 앉아 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좔좔좔좔 소리를 내면 흐르는 물.
끊임없이 흐르는 저 물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 속으로도 흘러드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는 최고의 삶을 저 물에 비유했습니다.
끊임없이 흐르되 앞을 다투지 않고,
패인 곳은 채우고 막힌 곳은 돌아가고,
모양과 형태는 변해도 본성은 잃지 않는...

한마디로 순리에 따르는 것이 저 물이요,
그렇게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젊었을 때는 그 말을 잘 몰랐습니다.
아니, 알아도 믿지 않았습니다.

이왕 태어난 세상, 폼나게 한번 살아봐야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밋밋한 삶이
무슨 낙이 있고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이 든 철학자의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백을 넘어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그 폼이라는 것이
하늘의 무지개와 같다는 것을.
잡을 수도 없거니와
잡으면 사라지는 신기루라는 것을.
그것을 쫒으며 사는 삶이
얼마나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그러고나니 저 물이 다시 보였습니다.
상선약수란 말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물이 들어서인지
이렇게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속에는 이내 고요와 평온이 찾아듭니다.
온갖 잡념을 씻어주고, 세상 시름도 잊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만 바랍니다.
저 계곡의 물이 끊이지 않고 흐를 수 있기를,
이렇게 가끔씩
저 물을 바라보며 앉아 있을 수 있기를 말입니다.


원본 기사 보기: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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