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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복 작가 에세이 6] 막걸리 한잔1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1/23 [10:43]

[홍진복 작가 에세이 6] 막걸리 한잔1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1/23 [10:43]



지난 주말, 초등학교 동창모임서 8명이 개인택시를 하는 회원의 차 2대를 이용해 강원도 삼척으로 1박 2일 여행을 하면서 모처럼 회포를 풀고 왔다.

 

저녁 식사 후에는 넓은 방에 둘러앉아 술을 한잔 곁들이며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젊을 때보다는 주량이 주는 걸 보니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술 막걸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술의 의미

 

술酒자를 보면 술은 닭처럼 조금씩 마시고 酉시(5~7시)에 마시라는 의미가 있다.

 

옛 중국두보시인은

 

三杯酒 合朋友 

一斗酒 合自然

 

술 석잔이면 친구가 되고

 

술 한말이면 자연이 된다고 했다. 인생은 한말의 고비를 마셔야 자연의 뜻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나쁜 것이 사실이지만 적당히 마시면 社交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지 술은 있는데 그 나라의 국민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술의 문화도 다르다.

 

프랑스의 레드와인은 화려한 예술을 연상하게 하고 독일 맥주의 흰거품은 젊은 희망을 갖게 한다. 일본의 사께는 순수하면서 뼈가 있는 듯하고, 중국의 고량주는 도수가 높아 대륙의 중압감을 어딘가 모르게 느끼게 한다. 서양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마시지 않고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마신다. 또한 술잔을 돌리지 않는 술 문화는 우리가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전통술로는 濁酒 淸酎 燒酎 3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술은 막걸리다.

 

막걸리를 색깔이 탁하다하여 濁酒라고도 하는데 탁주와 청주는 발효술이고 소주는 증류한 술이다.

 

탁주는 술酒자를 쓰지만 청주와 소주는 마디酎를 쓴다. 청주나 소주를 마디술주(酎)자를 쓴 것은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으니까 마디마디마다 조금씩 먹으라는 지혜가 담겨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알데하이드라는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은 서양인에게는 없고 동양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황수관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OrientaL flush라고 했다. 동양인 10명 중 1~2명에서 나타는데 내가 여기에 속하는 것 같다.

 

술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民談으로 이런 말도 있다.

 

술 소리만 들어도 도망가는 사람 逃酒, 혼자 먹는 사람 獨酒, 숨어서 먹는 사람 隱酒, 거래처하고만 먹는 사람 商酒, 술을 즐겨 먹는 사람 愛酒, 술의 세계로 들어선 사람 學酒, 술자리에서는 대장이라는 호칭으로酒黨이 있다. 술로 죽은 사람을 亡酒라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이 만나서 술을 적당히 즐기는 애주가가 좋지 않나 생각한다.

 

술은 술의 도수와 술잔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술잔에서 盞은 나눈다는 뜻의 나눌잔(盞)자를 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잔의 크기가 작다. 맥주잔이 제일 크고 고량주가 제일 작다. 막걸리는 사발이나 양재기 같은 크기에 마신다. 그만큼 술의 도수가 높을수록 적게 마시라는 뜻이다.

 

술은 안주와도 관련이 있다. 막걸리나 소주는 찌게종류가 좋고 양주일수록 과일종류가 좋다. 맥주는 땅콩이나 오징어 같은 마른안주가 좋고 간단히 먹을 때는 간이 좀 있는 과자류와 함께 먹기도 한다.

 

술신이 군신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였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술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다. 술酒자에 닭酉자 있는데 닭은 귀신이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혼인식에 닭을 놓아두는 것은 양가 조상들이 혼례를 보라는 뜻이 들어 있다. 즉 술은 신의 기운이 있어서 술을 먹으면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도 하고 수리수리 마수리하는 주문도 있다. 그래서 그 이름을 술이라고 했다.

 

 홍진복 

(전)서울신사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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