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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갈등’ 새 제도로 푼다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2/17 [18:48]

‘농막 갈등’ 새 제도로 푼다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4/02/17 [18:48]



당정이 이른바 ‘농촌체험주택’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막을 주거용으로 활용하려는 이들과 법에 정한 대로 관리하려는 당국의 갈등 속에 ‘제3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16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10 총선 중앙당 공약으로 가칭 ‘농촌체험주택’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달초 마련된 ‘당정협의회’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농막과 관련한 귀농·귀촌인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새로운 농촌 생활 공간에 대한 실효적 대안을 모색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는데, 농촌체험주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에 발맞춰 제도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향은 ‘농막 제도 손질’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잡혔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농막 주거 불가 원칙을 분명히 하기 위해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했다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농막은 농자재 보관이나 농작업 중 휴식을 위해 농지 위에 설치하는 20㎡(6평) 이하 가설건축물로 현행법상 주거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주거를 막기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자 예비 귀농·귀촌인 중심으로 시대에 역행한다는 거센 반발이 제기됐다.

 

이후 농식품부는 농막이 농사용 창고라는 취지대로 쓰이게 하면서도 도시민들의 농촌 거주 수요 역시 반영하는 제도를 구상하는 데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위해 농막 규제를 완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농식품부 판단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막은 애당초 주거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건축법’ 등에 명시된 각종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면서 “농막 주거를 허용할 경우 ‘농지법’뿐 아니라 ‘건축법’ ‘주택법’ 등 타 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정이 찾은 해법은 ‘농지법’을 개정해 예비 귀농·귀촌인의 임시 주거를 위한 새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등 농지전용보다 간편한 방식으로 임시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지어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제공하는 방식과 개인이 직접 마련하는 방식 등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목적이 주거인 만큼 제한 면적도 농막(20㎡)보다 넓을 것으로 점쳐진다.

 

당정은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러시아 ‘다차’나 독일 ‘클라인가르텐’처럼 도시민의 취미농업을 위한 새로운 농촌 주거 공간이 우리나라에도 탄생할지 주목된다.

 

다만 농지의 무분별한 잠식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농촌체험주택이 합법적으로 농지에 들어서게 되면 농지 훼손이 가속화될 수도 있어서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농지 바깥에 주택을 마련하거나 ‘한달살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금도 얼마든지 농업과 농촌을 체험할 수 있다”면서 “간편하게 주택을 짓게 해 농지 훼손을 부추기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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