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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안정제’ 국회 논의 본격화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11/20 [21:15]

‘농산물 가격안정제’ 국회 논의 본격화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3/11/20 [21:15]



‘농산물 가격안정제’(이하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했다.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두고 이견이 큰 상황에서 여야와 정부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6일 농림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가격안정제는 농산물 가격 급등락에 따른 농가경영 불안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제도로,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이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4월 폐기된 이후 민주당은 농민단체 등과 논의를 거쳐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를 벤치마킹한 이 제도를 내놨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격안정제 도입을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거 발의한 상태로, 이 중 일부 법안은 9월 열린 소위에서 한차례 논의된 바 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도입을 완강히 반대했는데 이같은 흐름은 이날 소위에서도 이어졌다.

 

농식품부는 가격안정제 도입을 변동직불제 부활로 인식한다. 변동직불제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감축을 요구하는 농업보조총액(AMS)으로 분류되는 데다 쌀 과잉생산을 야기하고 대농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등의 문제를 지적받아 2020년 폐지됐다. 농식품부는 가격안정제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평년 가격에 농가 생산비와 물가상승률 등을 더해 기준가격을 설정할 경우 인위적인 가격 지지 효과를 내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부를 것으로 판단한다. 막대한 재정 소요 가능성도 염려한다.

 

민주당은 9월 소위에 이어 이번에도 정부 우려가 기우라고 반박했다. 이 제도는 혜택이 쌀뿐 아니라 주요 농산물 모두에 적용되기 때문에 농가가 하나의 작목으로 쏠릴 가능성이 작다는 게 민주당의 의견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해 추진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차별되는 점이기도 한데, 시장격리 의무화는 혜택이 쌀에만 집중돼 쌀 공급과잉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샀었다.

 

막대한 재정 소요 가능성도 일축한다. 농가의 선택이 다양한 작목으로 분산되면 농산물 수급이 균형을 이뤄 가격이 폭락할 일이 없어지고 자연히 제도가 발동할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소위에서 윤준병 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1조원 정도면 제도를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변동직불제 사례를 들어 반대하지 말고 이 제도가 정말 시장의 자율적 수급조절 기능을 저해하는지 면밀히 검토해 국회에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여당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당은 정부처럼 증산 가능성 등을 우려하면서 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날 소위에선 국민의힘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최춘식(경기 포천·가평) 의원이 각각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함께 논의됐다. 정 의원 안은 정확한 예·관측을 바탕으로 정부가 선제적인 쌀 수급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미곡수급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농협에 쌀을 매입·판매하게 하거나 농협이 이로 인해 손실을 봤을 때 보전하는 등 쌀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사업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최 의원 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논 타작물 재배농가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또 국산 쌀을 사용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양곡 수요 개발과 소비 촉진을 위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확기 쌀값 20만원(80㎏들이 기준)’ 유지가 최근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당 일각에서도 가격안정제를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예산 한도 내에서 농산물 가격(차액)을 보전해주면 어떠하냐”고 제안했다. 이에 농식품부가 “변동직불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답하자 “현재 정책이 잘못되면 과거로 갈 수도 있다”면서 정부에 검토를 요구했다.

 

이처럼 소위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은 다시 한번 계류됐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어기구 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은 “각 당의 의견을 정리한 뒤에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소위에서는 농민과 농촌융복합 사업자에게 전기요금과 유류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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