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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수입 11만톤... 중국산 시장잠식, 생산자, 유통인 강력반발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3/07/12 [20:42]

양파수입 11만톤... 중국산 시장잠식, 생산자, 유통인 강력반발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3/07/12 [20:42]



정부가 올 하반기 물가안정 목적으로 신선양파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9만t 규모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계획한 수입량을 모두 채울 경우 올해 TRQ 수입량이 11만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중국산 양파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열린 ‘제27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올 하반기 물가안정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물가·고용 안정세가 하반기에 더욱 공고해질 수 있도록 양파 TRQ 물량 증량 등을 통한 물가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밝힌 신선양파 TRQ 물량은 9만t으로, 수입한 양파를 이달말부터 시장에 공급해 지난해처럼 가격 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기재부는 10일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고 13일까지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TRQ 수입을 위한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개정령은 “서민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양파에 대한 시장접근물량을 2만645t에서 11만645t으로 늘려 12월31일까지 적용한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가 TRQ 물량을 9만t이나 증량하기로 한 데에는 올해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이 평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은 100만5000t 내외로, 지난해보다는 6.7% 증가하고 평년보다는 16.3%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다. 4월말 저온과 5월초 집중호우로 병해가 발생해 전반적인 작황이 평년보다 부진하고, 특·상품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이 평년보다 20만t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TRQ 수입을 추진한 상황”이라며 “TRQ 물량을 9만t 증량했지만, 중국 산지 상황 등 변수가 남아 있어 실제 수입량이 얼마나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TRQ 수입을 추진하는 것은 올해 들어 세번째다. 정부는 지난해 양파 TRQ 수입 계획 중 잔여물량 2만t의 수입 기한을 올 2월까지 연장했고, 그 결과 올 1∼2월 2만t가량 TRQ 물량이 수입됐다. 이어 양파 수확을 앞둔 5월초에도 TRQ 물량 2만t을 증량하는 등 수입을 추진했지만 생산자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정부 계획대로 하반기에 TRQ 물량 9만t이 모두 수입될 경우 올해 신선양파 TRQ 수입량만 11만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산 양파 산지 가격은 1t당 400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50%가 적용될 경우 국내 도착가격은 1㎏당 800∼900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중국 산둥성에서 출하되는 양파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이달말부터 간쑤성에서 양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될 것”이라며 “간쑤성은 중국 내륙에 위치해 물류비 증가 등의 이유로 한국 수출 가격이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양파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하되면 국산 양파값의 하락세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1㎏당 평균 1426원에 거래돼, 지난해 7월(1356원)보다는 5%, 평년 7월(800원)보다는 78% 높은 값을 기록했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부장은 “올해산 국산 양파 특징은 작황부진으로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아 중·하품 비중이 높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하품은 물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고, 특·상품은 중국산과 경쟁해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등 전반적으로 시세 흐름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생산자들은 지난해에도 정부의 TRQ 수입 추진으로 중국산 신선양파가 7만t가량 수입된 데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수입이 예고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양파가 대량으로 풀릴 경우 국산 양파의 수요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국산 양파 6000t을 수매한다고 했지만 중국산 양파 9만t이 수입되면 수매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TRQ 수입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지속될 텐데 국산 양파산업의 기틀이 흔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통인들은 양파의 저장·유통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하반기 TRQ 수입으로 양파값이 하락할 경우 큰 손해를 볼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석규 한국농산물냉장협회장은 “현재 양파 산지농협 수매단가와 시장가격 등을 고려하면 굳이 TRQ 수입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민간 수입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9만t이 한번에 들어올 경우 양파값이 하락해 입고 가격이 높았던 유통업체들이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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