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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믿어줘서 고맙다”

홍천뉴스투데이편집국 | 기사입력 2015/08/26 [15:12]

“아빠, 믿어줘서 고맙다”

홍천뉴스투데이편집국 | 입력 : 2015/08/26 [15:12]
팔삭둥이로 태어난 쌍둥이동생 이람(이웃에게 보람을)이가 얼마 전 운전을 배우겠다고 했다. 고3인 그는 생일이 빨라 면허를 딸 수 있다며 돈도 아낄 겸 학원을 안 다니고 면허를 따 보겠다고 말했다. 미덥지 못한 마음에 학원을 알아보고 다니라고 권하자 필기시험을 먼저 보고 선배에게 지도 받고 실기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평소 ‘교육은 경험의 재구성’이라는 말을 믿던 차라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하고 이틀이 지나자 시험장에서 연락이 왔다. “아빠 100점 맞았어. 실기 잘 했다고 감독관에게 칭찬도 받고.” 면허를 따면 아빠차를 타도 되겠냐는 물음에 그러마고 했던 차라 이람이는 첫 날부터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

울산미용예술고에 다니고 보컬을 공부하는 아들에게 “운전 잘 하는 것도 좋은 기술이다. 겸손하고 예의가 바르다면 운전만 잘 해도 얼마든지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 거야”라고 이야기 해준지라 흔쾌히 차키를 주고 열심히 해 보라고 당부했다. 보험에 가입하고 키를 준 첫 날 접촉사고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아빠, 어떤 아주머니 차와 부딪쳤는데 어떻게 해결하지?” “예의 바르게 인사드리고 보험회사에 연락해봐. 해결하고 나면 연락해 다오.” 30분 후에 연락이 왔다.

며칠 전에는 견인보관소에서 연락이 왔다. ‘귀하의 차량이 불법주차로 견인되어 보관중이니 찾아 가시기 바랍니다.’ 문자로 온 연락을 아들에게 다시 보내 줬다.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돈을 지불하고 차를 찾아오라는 부탁과 함께. 1시간 후 아들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아빠, 차를 찾았어. 죄송하다고 말했어. 다음부터는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울게.” 그날 이후 아들은 집과 가까운 필자 사무실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까지 걸어 다니고 있다.

“이람아, 차키를 주는 대신 아빠가 볼 일이 있을 때 운전을 해 주고 심부름도 네가 해 주어야 한다. 엄마와 형도 잘 태워 주고.” 다짐을 받고 나서 종종 호출을 해 테스트를 해 보았다. 방학을 해 시간이 많은지 그는 연락을 할 때마다 금방 답을 해 줬다. “차 대기하고 있습니다.” 웃음도 나고 재미도 있어서 나가 보면 뒷좌석 차문까지 열어 주는 추가 서비스를 해 준다. 친절하다고 팁을 주니 고맙다고 인사하며 받는다. 며칠 후 학교담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노이람이 차를 몰다가 지도선생님께 적발이 되었습니다. 학칙에 따라 벌점을 주어야겠습니다.” 아들에게 주었던 가르침이 벽에 부딪치게 되는 순간이었다. 고민하다가 “선생님, 제가 운전도 경험이고 기술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보컬을 배우고 있으니, 매니저도 할 수 있고 운전기사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가르쳤습니다. 앞으로는 멀리 차를 세우고 다니고 등하교시에는 운전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겠습니다. 선처(善處)해주세요.”

아들은 벌점을 받지 않았다. 그 후 그는 더 겸손해 지고 예의가 더 발라졌다. 안전벨트를 매고 옆을 바라보거나 핸드폰을 건드리지 않는다. 신호를 잘 넣고 과속도 하지 않는다. 눈빛이 차분해 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여유로워 졌다.

요즘 10대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 ‘주관’이 있는 결정과 두려움 없는 ‘추진력’은 어른들이 배워야 할 덕목(德目)이다. 경험을 통한 교육이 주창되는 지금, 창의 인성을 강조하고 초중고와 대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는 창의 교육이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15일간의 여정이었다. 멀리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믿어 줘서 고맙다.” 4살 때 서울에서 내려와 울산 사람이 되어 버린 아들의 반말어투가 마치 인생선배들이 주었던 교훈처럼 메아리가 되어 다가온다. 고마운 아들의 다정한 목소리가.

노익희 BUK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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