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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5] 80대 노부부의 눈물 위에 세워진 송전탑, 그 ‘괴물’보다 무서운 ‘사람’의 횡포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6/04/13 [12:19]

[고발5] 80대 노부부의 눈물 위에 세워진 송전탑, 그 ‘괴물’보다 무서운 ‘사람’의 횡포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6/04/13 [12:19]

 



강원 홍천군 남면 화전리 길골길, 27년이라는 세월 동안 흙을 일구며 정직하게 살아온 김한욱(81), 김남순 노부부의 소박한 평온이 산산조각 났다. 평생 이웃이라 믿었던 이장과 반장, 그리고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을 내건 한국전력공사가 합작하여 노부부의 머리 위로 송전탑을 세우고, 정작 그 희생의 대가인 보상금에서는 노부부를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27년의 세월은 ‘서류 한 장’보다 가벼운가?

 

노부부는 27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했고, 마을에서 내라는 것은 군말 없이 내며 이웃사촌으로 살아왔다. 비록 전입신고가 늦었다 하나, 그들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 땅을 지키며 송전탑의 위협을 온몸으로 받아낼 당사자라는 사실은 마을 이장과 반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보상금 잔치가 벌어지자, 그들은 침묵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려주는 이도, 고지해주는 이도 없었다. 한전의 입맛에 맞춘 ‘주구(走狗)’ 노릇을 자처한 마을 대표라는 자들은 노부부의 눈과 귀를 가렸다. 80세 넘은 노인이 서류 절차에 어두울 것임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27년 거주민이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기부금’이라는 이름의 갈취, 마을 리더인가 약탈자인가?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전 이장이자 현 총무인 고 모 씨를 비롯한 마을 간부들의 행태다. 이들은 이주민들이 이삿짐조차 풀기 전에 금전을 요구하고, 각종 명분을 붙여 주머니를 털어왔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은 마을을 위한 ‘기탁’이 아니라, 완장을 찬 권력자가 벌이는 ‘현대판 산적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마을의 화합을 이끌어야 할 이장과 임원들이 ‘송전탑 위원’이라는 허울 좋은 완장을 차고, 누구에게는 보상금을 몰아주고 누구는 철저히 소외시키는 ‘생사여탈권’을 휘두르고 있다. 80대 노부부가 내용증명을 보내며 울분을 토하는 이 상황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린 이웃들의 배신에 대한 절규다.

 

한전과 홍천군은 ‘방관’이라는 공범의 굴레에서 벗어나라

 

한전은 묻는다. “마을에서 정한 기준이니 어쩔 수 없다”고. 비겁한 변명이다. 한전은 공적 자금이 정당한 권리자에게 전달되는지 감독할 법적 의무가 있다. 노부부의 실거주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방치한 한전은 업무상 배임의 공범이다.

 

홍천군 역시 마찬가지다. 80대 노인이 이웃들에게 ‘왕따’당하며 정당한 보상에서 배제되는 동안 군청과 면사무소는 무엇을 했는가? 이장들의 횡포를 조례라는 이름 뒤에 숨어 방치하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방조’다. 이제 법이 답해야 할 시간이다.

 

법은 눈물 흘리는 자의 편이어야 한다. 27년을 살고도 ‘행정적 미숙함’을 빌미로 보상에서 제외된 노부부의 권리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또한, 지위를 이용해 금전을 요구하고 보상금을 사유화한 이장단의 행태는 사법 기관의 엄중한 수사를 통해 단죄되어야 한다.

 

노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단돈 몇 백만 원이 아니다. 평생을 살아온 내 동네에서, 내 이웃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싶다는 ‘상식의 회복’이다. 한전과 마을 대표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80대 노부부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세운 송전탑은 조만간 당신들의 파렴치함을 증언하는 ‘범죄의 기념비’가 될 것이다.

 

홍천군청과 사법 기관은 즉각 화전리 보상 비리를 전수조사하고, 노부부의 잃어버린 27년의 권리를 되찾아 주어라.  

 

용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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