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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미술관 본관, 분홍공장 기획전 《홍천, 오각의 빗면》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4/10/29 [20:54]

홍천미술관 본관, 분홍공장 기획전 《홍천, 오각의 빗면》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4/10/29 [20:54]

“홍천 삶의 기원을 찾아서 5명의 홍천 작가의 5가지 시선”

“태고에서 일상까지 아티스트 5명의 시선에 담긴 홍천”

“다섯 가지 시각, 오각의 빗면을 통해 홍천을 나누기”

 



홍천미술관 본관에서는 11월 7일부터 11월 27일까지 2014년 설립한 홍천 지역문화 공간 분홍공장 기획전 《홍천, 오각의 빗면》을 개최한다.

 

홍천 지역문화를 찾아 역사, 문화, 일상, 자연 등을 문화화하는 유일한 민간단체인 분홍공장의 홍천 지역작가 기획전이다. 11년째 국제 작가 150여 명을 홍천에 초대해 10여 개의 국제전과 공공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지역민들과 운영하였다. 또한 홍천의 지역성과 지역의 공동체감 형성을 위한 특별한 기획으로 분홍공장은 지역의 작가들만의 2023년 《홍천삼각》에 이어, 올해 《홍천, 오각의 빗면》을 열었다.

 

제1전시실에는 강신혜가 봄부터 늦가을까지의 농사를 순차적으로 시각화한 설치를 펼쳐보인다. 계절과 시간이 겹쳐진 장면 사이 사이 고랑엔 여러 모습의 손 드로잉이 있다. 농사는 연속성으로서 작가 자기 삶의 근원과 중첩되고, 손에 그려진 이랑과 고랑은 작가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어머니의 손으로 확장된 방법론이며, “과거와 현재의 관계 맺기를 통해” 포착된 연속성에 대한 미학적 고찰을 제안한다.

 

 



사진 속의 무궁화는 탈각된 정보를 우연 속에 내줌으로 꿈속의 비가시성을 지시하고 있다. 필름 수프(Film Soup)라는 독특한 과정을 거쳐 필름 작업을 선보이는 조지 세틀마이어는 네거티브 필름의 우연적 효과를 위해 200여 장의 촬영과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7장의 이미지 속에 홍천에서의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때로는 사진이 그 본질을 잘 담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움은 항상 그곳에 있으며, 그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지화된 한글이 전시장의 벽에서 헤엄치는 동화 같은 모습은 작가가 강조하는 창작을 통한 기원으로서 동인인 사랑과 닮았다. “고래아빠 신정민에게 홍천의 산과 강은 고래이다. '너브내'라 불리는 드넓은 홍천 땅 전체도 한 마리의 커다란 고래이다. 태양이 떠오르는 곳, 큰 바다가 있는 곳, 동쪽을 향해 헤엄쳐가는” 상상력으로 작가는 주어진 공간으로서 지역을 넘어 태고의 고원으로서 판타지를 담은 ‘홍천신화’를 창작하였다. 고래는 큐알코드를 통해 관객의 손안으로 헤엄치길 기다리고 있다.

 

강병호는 고원으로서 산이 많은 지역민의 삶에 각인되어 온 척박한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 한 ‘오음산’ 설화의 재해석을 통해 고대와 현재의 삶을 겹쳐 본다. “보이지 않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알 수 없는 움직임으로 웅크리고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 산만큼이나 크고 깊게 다가오며 깊은 밤의 어둠처럼,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미술관 2관 정면에 설치한 검게 보이는 작품의 거대한 이미지 속엔 주름과 다양한 색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마치 어느 날 어둠 속에 나타난 그 산을 마주한다.

 

 



홍천읍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영숙은 읍내 오일장의 형성과정을 통해 홍천강에 접근한다. 이 강의 기원인 미약골은 “젖은 땅 위로 물이 고여 실개천을 만들어 미미하고 담담히 물길을 내고 있다. 하지만 가까스로 물을 응집해 내는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더 강렬한 힘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든다. 그 실개천은 홍천강의 시작이고 이 땅의 역사와 문화의 번영으로 이어가는 생명의 물줄기였으리라” 말하는 작가는 미술관 마지막 전시실 수조에 그 길을 담았다. 공간엔 윤슬이 퍼지며 물소리를 따라 일상에 도달한 그 근원을 마주한다.

 

“오각의 빗면”은 다섯 명의 홍천 작가의 삶이 미끄러지며 만나는 연속성으로서 다면체를 표현하고 있다. 동시대의 다양한 주체와 기원이 교차하는 삶으로부터 구체적이거나 비가시적 지향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정교하게 구성하여 현재를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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