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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복 자가 에세이 21] A.N.D와 AND의 차이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3/03/06 [17:02]

[홍진복 자가 에세이 21] A.N.D와 AND의 차이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3/03/06 [17:02]

  © 개미집 구조


한민족과 공동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머니, 집, 학교, 나라를 말할 때 나의 어머니, 나의 집, 나의 학교, 나의 나라라고 '나'를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 어머니,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나라라고 '우리'를 강조한다. 심지어 우리부인, 우리남편이라고 해 외국사람들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어떻게 해서 내 부인, 내 남편이지 공동의 부인, 공동의 남편이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공동체의 피가 흐르는 민족이다. 옛날 농촌에서는 농번기 때,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위해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을 '두레'라고 한다. 모내기를 하거나 벼 수확을 할 때 일손이 부족해 각 집의 일을 돌아가면서 도와 일을 했다. 이와 비슷한 공동생활로 품앗이라는 것도 있었다.

 

  © 모내기



이처럼 우리 민족은 공동체 정신이 강한 민족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검찰은 박대통령과 최서원을 경제적 공동체라 하여 기소했을 때 경제적 공동체라는 말을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했다. 또 얼마 전 검찰은 이재명과 정진상을 정치적 공동체라는 말을 해서 이슈가 되었으나 이후 정치적 동지라는 말로 바꿨다.

 

공동체는 개체가 모여 생활이나 행동 목적을 같이하는 집단을 말한다.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적 조직을 이루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할 때 그 조직을 일컫는다.

 

공동체는 단순한 결속보다는 더 질적으로 강하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공동체는 상호의무감, 정서적 유대, 공동의 이해관계와 공유된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관계망을 핵심내용으로 하며, 개인과 공동체사이의 갈등조정이 중요한 관건이다.

 

공동체를 일컫는 우리 말 로 '우리' 라는 말이 있다. '우리' 라는 말의 어원을 보면 '울'(짐승을 가두어 두는 곳) 또는 '울타리'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우리' 라는 말은 한 울타리 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동체 생활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흰개미나 꿀벌도 공동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구성원도 왕개미, 수컷개미, 일하는 개미, 병정개미, 문지기 등 다양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개체와 공동체

 

깨와 소금을 섞으면 깨소금이 된다. 깨소금의 맛은 깨의 맛과 소금의 맛을 합한 맛만이 아니라 그 맛에 플러스알파가 깨소금 맛이다. 깨와 설탕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 깨설탕? 아니다. 깨달음이다.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지만 혼합물을 섞으면 혼합물 그 이상의 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AND라는 단어에서 A에 AND라는 뜻은 없다. N에도 없고 D에도 없다. A와 N과 D가 모여 있어야 AND라는 뜻이 있다.그러나 A.N.D가 어떤 질서 없이 NDA, DAN으로 모여 있어도 AND라는 뜻은 되지 않는다. AND가 정해진 질서에 따라 자리를 하고 있을 때 AND라는 뜻이 있다.

 

개체가 각자 기능과 역할이 있겠지만 개체가 어떤 질서나 규칙에 따라 모여 있으면 개체의 합이 아닌 그 이상의 힘과 맛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만두의 맛을 보자. 

만두는 밀가루, 당면, 파, 마늘, 고추가루, 후추가루, 김치, 고기, 두부, 참기름, 숙주나물 등 많은 식재료가 들어간다. 만두 맛은 만두에 들어간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합친 맛이 아니라 그 이상의 맛이 만두맛이다.

 

우리 몸을 보자. 

눈, 코, 귀, 입, 팔, 다리는 각각의 기능과 역할이 있다. 눈, 코, 귀, 입, 팔, 다리가 따로 떨어져서는 생존할 수도 없지만 '나' 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있을 수도 없다.

 

눈, 코, 귀, 입이 한 곳에 모여 있다고 해도 어떤 정해진 규칙과 질서에 따라 자리 잡고 각자 맡은 기능과 역할을 해야지 얼굴이라 할 수 있지만 눈과 코와 귀와 입이 정해진 질서나 규칙을 어기고 자리했을 때 얼굴이라 할 수도 없지만 아마 그 모양은 괴물 같을 게다.

 

나무를 보자. 

뿌리, 줄기, 잎, 꽃, 열매가 따로 떨어져 있으면 나무가 존재할 수도 없다. 역시 뿌리, 줄기, 잎, 꽃이 정해진 질서에 따라 자리 잡고 각자 맡은 기능과 역할을 할때 나무로 존재 가능하다.

 

자동차도 예를 들어 보자. 

바퀴, 엔진, 운전대, 브레이크 등 어느 부속 하나도 없으면 자동차는 자동차의 구실도 못할 뿐더러 자동차로 존재할 수가 없다. 자동차 역시 수많은 부속품들이 시스템에 맞게 연결되어 있고 그 기능을 다 할 때 자동차는 굴러갈 수가 있고 그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

 

생명체나 식물, 자동차와 같은 물건을 예로 들었지만 각 부분이 전체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질서와 규칙에 맞게 연결되어 있고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할 때 전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어떤 공동체든 공동체를 이끌어갈 지도부가 있고 공동체의 구성원은 각자 맡은 임무가 있다. 구성원들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호흡을 같이 할 때 그 공동체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로마서 8장 28절에 '합력하여 선(善)을 이루신다' 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하느님의 善한 뜻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유태인의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랍비 중 아카바는 개와 당나귀를 끌고 책과 램프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날이 어두지자 오두막집 한 채를 발견하고 그날 밤 묵기로 하였다. 아카바는 램프에 불을 켜고 책을 읽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램프불이 꺼져 독서를 포기하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당나귀와 개는 사자한테 잡혀 죽었다. 얼마 후 그 마을을 찾았는데 그 마을은 도적들이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카바는 바람으로 램프 불이 꺼지고 개가 사자에게 죽어서 자신이 살 수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느님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하고 亡하는것 같이 보이지만 하느님께서는 善을 이루신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주의 한 개체로 기능과 역할을 다하면서 우주 즉 하느님의 뜻하시는 善을 이루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생존 방법

 

'식물은 생존경쟁', '동물은 약육강식', '인간은 공존공영' . . . 하느님께서는 식물은 생존경쟁으로 살아가도록 지으셨다.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으므로 햇빛을 많이 받아야 살아갈 수 있으므로 나무 가지를 최대한 많이 뻗어 햇빛을 많이 받도록 경쟁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까 나무 그늘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은 이런 까닭도 모르고 그저 나무그늘이 넓으면 좋아한다. 좋아하기보다 나무한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동물은 양육강식으로 살아가도록 지으셨다. 동물은 움직일 수 있으나 지혜가 없으므로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도록 지으셨다. 그래서 먹이 사슬(먹이 피라밋)을 만들어 놓으셨다. 그 대신 약자는 종족번식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몸집을 작게 만들고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숨게 하거나 날개를 달아 공중으로 날아가게 하고 또는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살아가게 했다. 강자는 몸집이 크고 힘이 세고 이빨도 튼튼해 약자를 잘 잡아먹도록 되어있다. 나비나 벌은 꽃 수정을 하는 등 역할도 있지만 모기 같은 것은 먹이사슬 때문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람은 움직일 수가 있고 지혜가 있으므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도록 공존공영으로 살아가도록 지으셨다. 그런데 요즘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보면 공존공영의 방법으로 살아가기보다 식물의 생존경쟁과 동물의 약육강식 방법을 쓰는 것 같아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 안타깝다. 사람도 자연의 수많은 개체 중 하나다. 사람은 식물과 자연 그리고 동물을 관리하면서 공존공영하며 살아가는 특권을 주셨는데 그 임무를 잊은 지 오랜 것 같다.

 

서양화가들이 그린 인물화를 보면 인물을 중심으로 한가운데 배치하고 배경을 그린다. 하지만 동양화나 한국화는 사람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작게 그린다. 이는 인간도 자연의 한 개체로 살아가는 것이지 아무리 인간이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개체는 소중하고 공동체는 우선하고 A.N.D는 각자 개체로 써 작은 목적과 뜻이 있어 소중하고 AND는 공동체로서 더 큰 목적이 있으므로 우선되어야 한다. 각 개체들이 합력할 때 공동의 善을 이룰 수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싫든 좋든 간에 많은 단체나 조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가족의 일원으로서, 학교에 가면 학생으로서 참여하고 교회나 군대에 가서도 교인이나 군인으로서 참여한다. 가장 큰 조직은 국가조직인데 국민이라는 구성원으로서 살아간다. 물론 세계 일원이기도하다.

 

수많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다할 때 공동체에 속한 개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우선은 달고 편하다고 각자 도생하면 결국엔 개체는 물론 나와 공동체도 자멸한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 한민족(개체)은 세계인류(공동체)가 기아와 전쟁이 없는 전 인류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존공영의 지구촌(善)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지구촌 시대를 앞당기는 중심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긍지심을 가져야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 행동은 국제사회에서 에티켓이고 매너고 배려고 신뢰이다.

 

홍 진 복 

(전)서울신사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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