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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복 작가 에세이 19] 꽃길만 걸으세요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3/02/20 [19:31]

[홍진복 작가 에세이 19] 꽃길만 걸으세요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3/02/20 [19:31]

 

 

여느 날처럼 카톡새가 아침잠을 깨운다. 의례 습관처럼 누운 채로 카톡을 열어본다.

 

카톡 내용이 거의 지인들로부터 오는 것이므로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 의례적인 내용으로 그림과 함께 오는 영상이기에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카톡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오늘은 '꽃길만 걸으세요' 라는 내용이 적힌 꽃길사진을 보내왔다. 몰론 이 내용도 특별할건 없다. 일상적인 인사말이니까. 이 말을 소재로 삼은 것은 '만' 자 때문이다.

 

'꽃길' 대신 다른 말을 넣어보자. 

고기만 잡수세요. 

앉아만 계세요. 

꿀만 드세요.

 

과연 이 말이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이런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좋을까? 아들이 연세가 많으신 아버지가 외출을 하다가 잘못하면 낙상위험이 있으니까 아침마다 염려차원에서 방안에 가만히 누워만 계세요. 하고 말씀을 드린다고 하자. 아버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가 추운 날 하루 이틀 방안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고 치자. 하지만 날씨가 좋은날 한 달 두 달 아니 1년, 2년을 방안에 가만히 누워 있을 수도 없지만 그렇게 누워있었다고 하면 처음 며칠은 효자로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사나흘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아들이 효자가 아니라 원수 같고 넌덜머리를 낼 것이다.

 

한때는 김포공항근처 들녘의 벼가 공항에서 일 년 내내 주야로 켜진 불빛 때문에 벼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농부들의 항의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물론 벼농사뿐만 아니라 여기 사는 주민들도 불면증으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벼농사뿐만 아니라 식물도 자라는데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햇빛이지만 밤과 낮이 교차되어야 성장이 되는데 주야로 장기간 불만 밝혀주면 성장에 지장이 있다. 하물며 사람들 건강에도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어느 글에서 우주는 영원히 돌고 도는 것이 우주의 작동원리라고 한 바 있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밤이 가면 낮이 오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고 밤이 깊어야 새벽이 온다. 물이 흘러 바다로 가고 그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야 구름이 되어 비가 다시 내린다. 우리가 매일 앉는 의자도 오래 사용하다가 부서지면 버리게 된다. 부서진 의자는 또 다른 용도의 물건으로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렇듯 무생물은 成住壞空으로 순환하고 생명체는 生老病死로 순환한다. 부처님의 말씀으로는 우리 인간은 인연으로 죽고 사는 게 반복된다는 윤회설이다. 지구도 春夏秋冬을 영원히 반복하며 돈다.

 

이러한 우주의 작동원리가 순환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느 현상이 순환되지 않고 하나의 현상만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주의 작동원리를 벗어난 결과로 존재가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의식 또는 무의식으로 하는 호흡도 숨을 들여 쉬면 내 쉬고 내쉬면 들여 쉬어야 우리 몸이 생존하는 것이지 계속 내쉬기만 하거나 계속 들이마시기만 하면 죽는다.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움직이다가 쉬었다가 해야 하고 눈도 감았다가 떴다가 감았다 해야 살 수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야 되지 않는가?

 

배가 고플 때 밥을 먹으면 당연히 좋다. 그렇다고 배가 불러도 계속 먹을 수도 없지만 계속 먹으라고 하면 죽으라는 소리다. 과거 공안시절에는 수사관들이 간첩이나 범인을 수사할 때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범인을 재우지 않고 수사를 해 범인들에게 고통을 주었는데 인권차원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우주의 이치가 밝으면 어둠이 오고 좋으면 나쁨이 오고 산을 오르면 반드시 하산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다음에는 나쁨이 와야 생존이 가능하다.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는 말도 있다. 주역에서도 영원한 吉運도 없고 영원한 祥運도 없다고 하는 것은 좋고 나쁜 운이 반복해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작동 원리로 볼때 '꽃길만 걸으세요'가 과연 진리에 부합되는 말인가 또는 좋은 말인가? 생각해보자. 앞에서도 말했듯이 꽃길만 걸으라는 말은 죽으라는 말이다. 물론 인사차 인삿말로는 당연히‘꽃길만 걸으세요’라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만' 자를 뺀 의식으로 살아가야 한다.

 

 



밤이 깊으면 아침이 오게 되어 있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게 되어 있고 산이 오르면 내려가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야 나는 물론 만물이 존재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않고 이 법칙을 어기면 존재할 수가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왜 이렇게 같은 얘기를 그리고 간단하고 쉬운 얘기를 장황하게 하느냐고 항의를 할지 모르겠지만 막상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이런 당연하고 쉽고 간단한 법칙, 이치, 진리를 까맣게 잊고 살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도 모르고 그저 좋은 것이니 우선은 달콤한 것이니 받아먹는다. 그 결과는 비참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고 후회해도 이미 그때는 늦었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욕심을 내고 맛있는 음식을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TV 건강프로를 보면 몸무게가 꽤 많이 나가는 여인이 짜장면에 탕수육에 실컷 먹고 또 슈퍼에 가서 과자를 잔뜩 사서 먹고 거기다가 술을 들이 마신다. 그래서 몸이 비만이 되고 당뇨병이 생기는데 나중에 당뇨병으로 인해서 합병증이 된 뒤에는 누구를 탓하겠는가? 왜 그렇게도 간단하고 쉬운 말을 그리도 장황하게 말을 하느냐고요? 이렇게 간단한 이치와 진리를 까맣게 잊고 사는 사람들 때문에 그랬노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배가 터지도록 먹고 배불러 죽겠다고 하느냐 말이다. 적당히 먹고 후원회에 적은 금액일지라도 후원을 하면 좋을 것을, . .

 

그 죄 값을 치른 것을 왜 모르느냐 말이다. 어리석어서 그런 것이다. 좋은 것이 오면 다음에는 나쁨이 온다는 진리를 왜 모르느냐 말이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병은 貪嗔癡에서 온다고 하셨다.즉 모든 병은 욕심과 화냄과 어리석음에서 온다고 하셨다.

 

한 예를 더해보자.

 

금쪽상담소라는 TV프로에 유명 아나운서 출신의 두 부부가 나왔다. 부인은 돈을 쫒는 가치를 가졌고 남편은 돈을 도망가는 사람으로 정신과의사는 말한다. 부인은 완벽한 책임감 때문에 매우 열심히 산다. 그래서 눈앞의 작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목표가 달성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 이러다보니 열심이라는 덫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목표를 위해 가다가 한발 뒤로 물러서서 보고 아 ! 이 목표는 좀 과하다 싶으면 내려놓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 일에 갇혀 돈에 갇혀 살게 된다. 조금만 내려놓고 한숨을 쉬어가라는 조언을 의사는 해준다. 바로 주목해야할 것은 일이 중요하고 돈이 중요하고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계속한다는 것은 곧 자신이 죽음으로 간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아주 좋은 사례여서 소개했다.

 

 



꽃길만 걷는 게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인사로 받아들이되 나 자신은 때로는 자갈길도 걷고 가시밭길도 걷고 숲속도 걷고 언덕길도 걷는다는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의도적으로라도 젊어서는 사서 고생도 하라는 말처럼 가끔은 어려운 사람과 함께 가시밭길도 걸어서 가시밭길이 얼마나 힘든지를 체험해보는 것도 인생에 도움이 된다.

 

‘꽃길만 걸으세요’ 보다는 ‘가시는 길이 꽃길이 되셨으면 좋겠어요’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앞에서 살펴본 우주의 법칙, 이치, 진리로 보면 돈을 많이 벌면 써야 된다. 더 좋은 진리, 복을 받는 진리, 하늘나라 천국으로 가는 섭리에 비추어 보면 돈을 벌면 가난한자를 위해 쓰면 하늘의 복을 받는 것이고 그 돈은 다음 세상에 태어날 때 그 돈을 다시 준다는 진리이다. 부잣집으로 태어난다는 게 하느님의 진리다.

 

過猶不給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진리를 잠시 생각해 보려고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인삿말을 소재로 글을 써보았다. 꽃길만 걷는다는 게 좋지 않다는 진리를 새삼 생각해본다. 인사말로 ‘꽃길만 걸으세요’는 말할지언정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가는 길이 꽃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로 들렸으면 한다.

 

홍진복 

(전) 서울신사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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