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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샘의 홍천문화 탐방 73. 가리산 - 한 천자 묘 이야기

용형선 기자 | 기사입력 2023/01/23 [10:04]

김샘의 홍천문화 탐방 73. 가리산 - 한 천자 묘 이야기

용형선 기자 | 입력 : 2023/01/23 [10:04]

 

강원도홍천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2021 온라인학교스포츠클럽 종목 홍천 9경 어때?&홍천문화재, 명소, 명산 오늘 인증은 홍천9경 중 2경인 가리산 한 천자 묘 이야기입니다.

 

가리산 정상을 오르다 보면 가삽고개가 보인다. 이 고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두촌면 원동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가리산 정상(0.9km)으로 가게 된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능선으로 쉽게 등반할 수 있다.

 

 

가삽고개를 올라 능선을 따라 걷다 세 개의 봉우리가 보일 때쯤 한 천자 묘 이야기가 보인다. 옛날에 한(漢)씨 성을 가진 머슴이 이 마을에 살았다. 하루는 두 명의 스님이 찾아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주인은 방이 없으니 머슴방이라도 괜찮으면 자고 가라고 했다. 방에 들어간 스님들은 머슴에게 계란을 구해달라고 했다. 머슴은 스님들이 고기를 못 먹으니 달걀이라도 먹으려는 줄 알고 계란을 삶아다 줬다.

 

그날 밤 머슴은 잠결에 스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그들은 가리산에 있다는 명당 터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가리산에 있는 묘 터에 계란을 파묻고 축시(丑時)에 부화해 닭이 울면 천자가, 인시(寅時)에 울면 역적이 날 자리라고 했다. 엿듣는 처지라 머슴은 차마 삶은 계란이라는 말을 못했다.

 

이튿날 머슴은 그들을 몰래 뒤 따라 갔다. 소양강을 건너 물로리로 들어가더니 산세가 좋은 곳에 이르러 계란을 파묻었다. 그들은 밤을 지새며 닭이 울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축시는커녕 인시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스님들은 역적도 천자도 아니 나겠다. 닭이 축시에 울어도 금으로 관을 쓰고 황소 100마리를 잡아 제를 지내야 하니 웬만한 사람은 묘를 쓸 수도 없을 것이라며 산을 내려갔다.

 

집에 돌아온 머슴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신을 그곳에 묻기로 했다. 천자가 되든 역적이 되든 종놈의 신세보다는 낫겠다 싶어서였다. 그는 꾀를 내어 금관(金棺) 대신 노란 귀리 짚으로 시신을 싸서 묻었다. 하지만 제 몸보다도 귀한 황소를 잡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런데 무덤을 다 쓰고 쉬고 있자니 몸이 가려웠다. 머슴은 옷을 걷고 이를 잡기 시작했다. 토실토실한 이를 100마리도 넘게 잡았다. 황소 대신 황소만한 이로 제를 지낸 셈이었다. 며칠이 지나 밤중에 뇌성벽력이 치는데,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짐을 싸서 빨리 집을 떠나라는 소리였다. 머슴은 처자를 데리고 산 위로 올라갔다. 얼마 후 폭우에 내평강이 마을을 치고 나가 새로운 강을 만들었다.

 

목숨을 구한 머슴은 북으로 발길을 재촉한 끝에 중국에 닿았다. 그때 중국에서는 천자가 죽고 후대가 없어 새 천자를 구하고 있었다. 관리들이 짚으로 된 북을 매달아놓고 오가는 이들에게 쳐보라고 했다. 천자만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머슴이 북을 쳤으나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관리는 머슴의 어린 아들더러 너도 사내니 한번 쳐보라고 했다. 아들이 북을 치자 "쿵"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머슴의 아들은 천자에 올랐다. 그 뒤 한씨 머슴이 살던 마을은 "한터"가 되고, 그 묏자리는 "한천자(漢天子)묘"가 됐다. 그러나 내평리 한터마을은 수몰됐고, 지금은 한터라는 지명만 지도 위에 겨우 남아 있다. 중국에서 그 묘를 단장하려고 왔지만 산이 깊어 묘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천자묘는 마치 우물 안에 들어온 것처럼 산들이 주변을 에워쌌는데, 묘 앞쪽으로 산자락이 열려 있다. 묘는 뱀꼬리처럼 능선 자락이 끝나는 곳에 앉아 있다. 무덤 안에는 널다란 바위가 신기하게도 누워있는 사람 형상으로 파여 있어 자연스레 석곽 구실을 한다. 동네사람들은 날이 가물고 마을에 흉한 일이 있을 때 몇 차례 묘를 파본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시신들이 발견됐다. 묏자리 덕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래 묻어둔 시신들이었다. 천자묘는 아직도 신성하게 여겨져 개고기나 비린 고기를 먹고 이곳에 오면 화를 당한다는 속설이 있다. 지금도 해마다 천자묘를 가장 먼저 벌초한 사람은 산삼을 캔다는 얘기가 있어 심마니들이 성지로 여긴다.

 

※ 홍천문화재 탐방은 필자가 강원도홍천교육지원청에서 “2021 홍천 스포츠클럽 축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걷기 - ‘홍천 9경 어때?’ 온라인 축제하면서 남겼던 기록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혹시 왜곡되었거나 잘 못 알고 기록되어 있는 것들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수정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샘의 홍천문화 탐방은화계초 김동성 교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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