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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들 詩人 안원찬] 긴밭들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6/08 [22:55]

[긴밭들 詩人 안원찬] 긴밭들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06/08 [22:55]

 

  © 홍천읍 장전평리(긴밭들)



긴밭들  

 

 

한때는 이백여 호 넘게 사는 동네였다네

아이 태어나고 늙은이 세상 떠나는 일

계절의 순환처럼 균형 있게 이루어지는 곳이었다네

도시로 떠날 수 있는 사람 모두 떠나고

장전분교는 폐교되고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네

산전 묵밭 되고 다니지 않는 길 많아지고

풀숲 되어 박새 꿩 직박구리 등속 내려앉는다네

틈나면 몇몇 경로당에 모여 화투 치거나

게이트볼 쳐 술추렴하는 게 일이라네

종다리 노질하는 소리 하늘에 가득한 봄이면

새싹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들린다네

지글지글 끓고 후두득후두득 내리꽂히는 빗소리 머금고

곡식 무럭무럭 자라는 소리 들리는 여름 가고

똘방똘방 가을 여무는 소리 지나면 겨울이 온다네

인기척 없는 마을 눈 퍼부으면 가끔 문만 열어 본다네

산 설고 물 설고 들 설고 사람 설은 긴밭들

드문드문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방문한다네

 

 

 

* 긴밭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장전평(長田坪)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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