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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뜰 詩人 안원찬] 저수지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4/15 [13:37]

[긴밭뜰 詩人 안원찬] 저수지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04/15 [13:37]



 

저수지

 

 

꾸중 듣는 날이면 저수지 둑에 앉아 물속 드나드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작대기로 풀숲 툭툭 칠 때마다 개구리들 앞 다투어 다이빙하고 퉁퉁 불은 젖 흔들어대며 한가로이 풀 뜯는 흑염소며 물결 차며 이륙하는 제비 편대를 바라보곤 하였다. 

 

공납금 내지 못해 담임에게 꾸지람 듣던 날에도 저수지를 찾아갔다. 방류된 물이 수로를 따라 쏜살같이 달려가는 것을 보고 불쑥 가출 충동이 일기도 했다. 사는 일 어린 마음에도 막막하고 아득하기만 해서 자맥질하는 오리 떼 바라보며 민박집 주인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저수지는 내 어린 날의 학교 그곳을 오가는 동안 코 밑 수염이 검어지고 바짓단의 길이도 짧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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