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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고 주관적인 홍천읍지 이야기 11] 홍천의 도로(道路)

5번, 44번 국도의 흔적을 홍천읍지에서 찾다

용석춘 기자 | 기사입력 2021/03/14 [19:03]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홍천읍지 이야기 11] 홍천의 도로(道路)

5번, 44번 국도의 흔적을 홍천읍지에서 찾다

용석춘 기자 | 입력 : 2021/03/14 [19:03]

5번, 44번 국도의 흔적을 홍천읍지에서 찾다

 

▲    '여지도서'에 수록된 홍천현 지도, 5번과 44번 국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길은 삶이다. 사람과 사람은 길로 만나고 도시와 도시는 길로 이어진다. 역사의 변화 저변에는 늘 길이 앞선다. 길이 있어 사람이 다니고, 사람이 다녀서 길이 생긴다. 오솔길은 사람들의 디딤으로 소로(小路)가 되고, 시간을 업어 중로(中路)가 되어, 세월을 품고 대로(大路)가 된다. 물론 요즘은 필요와 계획에 의해 산에 터널을 뚫고 강에 다리를 놓아 가장 빠른 길을 만든다. 사람의 흔적조차 없던 대지에 길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홍천 길이 2개다. 동서로 남북으로 길을 냈다. 춘천에서 북방면, 화촌면, 내촌면을 거쳐 인제로 이어지는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춘천에서 북방면, 홍천읍, 동면을 거쳐 횡성으로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2017년 개통되었고, 중앙고속도로는 2001년 개통되었다.

 

지금의 고속도로 역할은 5번과 44번 국도의 몫이었다.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5번 국도는 춘천과 횡성을 이었고, 동서를 가로지르는 44번 국도는 양평과 인제를 이었다. 44번 국도는 서울에서 양평, 홍천, 인제로 이어져 속초나 양양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도로였다. 휴가와 단풍철이면 어김없이 긴 차량 행렬이 이어졌고, 홍천경제도 그 긴 행렬만큼이나 바쁘게 움직였다.

 

그 길의 흔적을 홍천읍지에 기록해 놓았다. 1760년 전후 발행된 『여지도서』가 홍천 대로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홍천의 길이다. 먼저 지평에서 홍천을 거쳐 인제로 가는 길을 세분해서 기록했다.

 

‘홍천현 관문으로부터 태학리까지 5리 길이다. 태학리부터 삼정포까지 10리 길이다. 삼정포부터 인제현 경계인 자음리까지 60리 길이다. 자음리에서 인제현까지 55리 길이다. 간성군으로 향하는 길이다. 동북쪽 작은 길로 삼정포에서 기린 경계까지 1백리이며 강릉과 기린으로 향하는 길이다. 홍천현 관문으로부터 양덕원까지 30리 길이다. 양덕원으로부터 경기 지평현까지 60리 길이다. 서울로 향하는 길이다.

 

 

自官門東距太學里五里. 自太學里三汀浦十里. 自三汀浦獜蹄縣界自陰里六十里. 自自陰里獜蹄縣五十五里. 路向杆城郡. 東北間小路自三汀浦棋橉界一百里. 路向江陵及棋橉. 自官門西距陽德院三十里. 自陽德院京畿砥平縣六十里. 路向京都.’

 

홍천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44번 국도의 옛길에 대한 기록이다. 서쪽으로부터 지평현, 양덕원, 홍천현, 태학리, 삼정포, 자음리, 인제현으로 나누어서 거리를 기록했다. 삼정포리는 화촌면 마을로 1871년 『관동읍지』에서 내삼정포리와 외삼정포리로 분리되었다가 1899년 『홍천군읍지』에서 내삼포리, 외삼포리로 기록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음리는 지금의 두촌면 자은리다. 『여지도서』 발행 당시인 1760년대 말촌면(두촌면)에는 철은정리, 자음리 딱 두 마을 뿐이었다. 지금은 장남리가 인제와의 경계이지만 당시에 장남리는 없었다. 아마도 장남리까지 자음리가 아니었나 싶다.

 

지평현에서 양덕원, 홍천현, 태학리, 삼정포, 자음리, 인제현까지 총 220리 길이다. 요즘 지도로 지평면사무소에서 홍천을 거쳐 인제군청까지 총 90.3km다. 『여지도서』에 실린 홍천 지도와 최신 지도를 비교해 봐도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다. 44번 국도의 옛길인 이유다.

 

횡성에서 홍천을 거쳐 춘천으로 이어지는 5번 국도 옛길에 대한 기록도 세밀하다. 조선 시대 강원도의 중심은 감영이 있던 원주였다. 지금으로 비유하면 도청 소재지인 셈이다. 도의 수장이었던 감찰사가 공무를 보던 감영이 있었기에 강원도의 모든 길은 원주로 통하고, 원주로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주에서 시작된 북쪽 길은 횡성을 거쳐 홍천, 춘천으로 이어졌다.

 

‘홍천현 관문으로부터 삼마치리까지 30리 길이다. 삼마치로부터 횡성현 창봉역까지 10리 길이다. 창봉역으로부터 횡성현까지 30리 길이다. 감영으로 향하는 길이다. 관문으로부터 북쪽 화계까지 10리 길이다. 화계에서 춘천현 부소원까지 15리 길이다. 부소원에서 춘천현까지 55리 길이다. 낭천현으로 향하는 길이다. 서북쪽 작은 길로 부소원에서 양근현 경계까지 1백10리 길이다. 양근군으로 향하는 길이다. 自官門南距三馬峙里三十里. 自三馬峙橫城縣蒼峯驛十里. 自蒼峯驛橫城縣三十里. 路向監營. 自官門北距花溪十里. 自花溪春川縣府所院十五里. 自府所院春川縣五十五里. 路向狼川縣. 西北間小路自府所院楊根顯界一百十里. 路向楊根郡.’

 

남쪽으로부터 횡성현, 창봉역, 삼마치, 화계, 부소원, 춘천으로 나누어서 거리를 기록했다. 모두 합치면 횡성현에서 춘천현까지 총 140리 길이다. 다음 지도로 횡성군청에서 춘천시청까지 59.3km다. 지금의 5번 국도와 『여지도서』에 실린 홍천지도를 비교해 봐도 큰 줄기는 역시 비슷하다, 창봉역은 지금의 횡성군 공근면 창봉리에 있던 역(驛)이다. 부소원은 북방면 부사원리이다. 낭천현은 지금의 화천이고, 양근군은 지금의 양평이다.

 

길은 희망이다. 조선 시대 홍천은 한양으로 이어지는 44번 국도 옛길과 원주 감영으로 향하는 5번 국도 옛길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렇게 5번과 44번 국도는 최소한 300년 이상을 이어온 홍천의 길이다.

 

 

출처 백승호 벌력 콘텐츠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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