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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개돼지 아니다" "보수-진보 아닌 특권층 문제"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3/03 [14:49]

"국민은 개돼지 아니다" "보수-진보 아닌 특권층 문제"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1/03/03 [14:49]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국민일보>에 이어 2일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시도를 강력 질타했다.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려는 여권과 배수진을 치고 전면전에 나선 양상이다.

윤 총장은 40여분간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나를 내쫓고 싶을 수 있다. 중수청 역시 반대한다고 해서 (국회) 다수당을 가로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검수완박이 되면) 대한민국의 힘 있고 권력 있는 세도 있는 사람들은 치외법권이 생기고 사회가 급격히 수구화된다"며 "좌파,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부당한 돈을 횡령하면 감옥도 가야 한다. 하급자만 처벌받고 상급자들은 처벌 안 받으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메스’를 들이대지 않으면 국회에서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법은 지켜지지 않는다. 100개의 법을 만드는 만큼, 하나라도 안 지켰을 때 확실히 메스를 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 메스를 통해 나머지 법들이 지켜지는 기준이 된다. 우리 국민들이 사는 데 있어서 표준이 되는 사건들, 힘 있는 사람들의 준법 의식을 확실히 고취하는 사건들은 검찰이 직접 해야 한다. 전 세계가 이런 사건들은 국익을 걸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이후 화이트칼라 범죄가 급증할 때 가장 신속하게 대응한 게 뉴욕주 맨해튼지검과 연방 뉴욕남부지검이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연방 뉴욕남부지검장에 임명돼 1961년부터 9년간 연임한 데 이어 1975년부터 뉴욕주 맨해튼지검장에 선출돼 무려 35년을 역임한 로버트 모겐소에 대해선 글을 써도 10장은 쓸 수 있다"며 "미국 갑부들의 시세조종, 내부거래, 탈세를 검찰 수사로 박살을 냈다. 그 혜택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검찰 수사로 불법과 비리를 아작을 내니까 뉴욕 증시,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세계 최고의 공신력이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이 중수청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영국 특별수사검찰청(SFO)에 대해서도 "검찰 제도도 없던 영국이 특수청을 만든 것이다. 프로드(Fraud)라고 해서 사기범 죄에 국한한 게 아니라 경제·부패범죄수사청을 만든 거다. 오죽하면 그랬겠는가. 오죽하면. 자꾸 돈이 뉴욕으로 가고 대형 부패가 횡행하니까 런던의 자본 시장을 지키려고 특수청을 만든 것"이라며 "사법시스템 자체가 달랐던 영국이 심지어 검찰제도 자체를 1985년에서야 뒤늦게 만들었다. 그리고나서 3년 뒤에 특수청이 생긴 것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고, 그 조직이 특수청, SFO"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세계 각국이 이렇게 한다. 우리는 있는 증권합수단도 없앴다. 사기꾼 소굴을 만들자는 것인가. 이러다 은행이 불법 대출 등으로 흔들린다면 어떻게 범죄 대응을 할 것인가”라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증권합수단 해체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그는 "검찰 것을 안 빼앗기겠다는 뜻이 아니다. 거악(巨惡)과 싸우는 조직은 분야별로 전문화돼야 한다. 승진에 유혹받지 않고 전문성을 쌓는 게 중요할 뿐"이라며 "총장을 정점으로 한 전국의 검찰 네트워크는 법무부 장관 휘하로 다 빠져나가도 된다. 장관 아래 있더라도 수사와 기소를 합쳐서 부패 범죄 대응역량은 강화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자신이 공개적으로 여론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선 "국민들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알려드려야 한다. 무관심할 일이 아니다. 꼭 아셔야 한다"며 "반칙이라는 게 왜 생길까. 힘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힘이 있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면 신고도 잘 못한다. 힘 있는 놈한테 맞으면 선생님한테 얘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유했다.

나아가 "힘없는 약자, 국민 개개인이 삶의 현장에서 자유와 권리가 신장하는 느낌을 갖고, 법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힘 있는 어떤 사람이 법을 지키겠나. ‘수사’를 해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리스크를 줘야 한다. 국가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민주주의가 내실화 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좌파·우파, 보수·진보라는 이념적 문제가 아니다. 특권층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그런 것은 없다. 내가 할 말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작심 발언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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