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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체는 법치 말살", 전면전 선언

최흥식 기자 | 기사입력 2021/03/02 [14:09]

"검찰 해체는 법치 말살", 전면전 선언

최흥식 기자 | 입력 : 2021/03/02 [14:09]

윤석열 검찰총장은 1일 여당이 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을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윤석열 총장은 이날 <국민일보>와 3시간여 동안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것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어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직접 수사한 대선자금 사건,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수사청 신설이 권력형 비리 수사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 왔는데, 근자의 일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면야 내가 할 말이 없다. 검찰은 진영이 없고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 왔다"며 "법정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득권의 경제범죄를 파헤치면 검사를 ‘좌파’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 하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진보를 표방한 정권의 권력자나 부패범죄를 수사하면 따라서 그것이 보수인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사 인생에서 많은 좌천과 징계를 겪었지만 이는 개인의 불이익이었을 뿐, 검찰 폐지라는 이번 일만큼 엄중하진 않았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윤 총장이 수사청 신설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언론과 대담 인터뷰를 가진 것 자체가 그의 검사 인생에서 처음으로, 금주중 입법 절차에 돌입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전면전을 선포한 양상이다.

그는 ‘직을 걸고 막으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 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면서도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쇠퇴한 것이 아니듯,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이라고 말해, 사표 대신 대국민 여론전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국의 검사들이 분노하며 걱정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코로나19로 힘드신 줄 안다. 검찰을 둘러싼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피로할 지경이며 내용도 자세히 알지 못하실 것이다. 다만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잘 느끼지 못하지만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라며 거듭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한편 윤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한국 검찰만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어떤 경우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사법 선진국은 대부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며 "‘록히드 사건’으로 익히 알려진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검찰에 자체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엔론 회계부정 사건’도 검찰이 직접 수사했다. 사인소추(국가 기관이 아닌 일반 개인이 공소를 제기) 전통이 있는 영국조차 부패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수사·기소가 융합된 특별수사검찰청(SFO)을 만들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여당이 영국의 SFO를 모델로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그와 같은 주장은 진실을 왜곡했거나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영국의 국가소추주의 도입은 범죄가 나날이 지능화, 전문화, 대형화하자 검사가 공소유지만 하는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한 일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고, 그 조직이 SFO다. SFO의 인력은 상근 인원만 450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검찰의 반부패 수사 인력보다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검찰 수사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그것 역시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미국 반독점국을 방문했었다. 총 700여명 중 300여명의 검사가 카르텔 범죄에 대해 대배심 등을 통해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공신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도 로버트 모겐소 뉴욕 맨하탄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대형 경제범죄 수사였다. 그는 ‘화이트칼라 범죄수사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 혜택이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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