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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현감의 백태(洪川 縣監 百態)

홍천폐현,.. 용천택 등 60명 상소, . 6년만에 다시 복현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1/02/01 [20:19]

홍천현감의 백태(洪川 縣監 百態)

홍천폐현,.. 용천택 등 60명 상소, . 6년만에 다시 복현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1/02/01 [20:19]
 

 


한 달 만에 파직당한 홍천 현감은 누구일까?

 

현감은 조선시대 최하위 지방행정조직인 현의 우두머리 벼슬이다. 『춘향전』과 『어사 박문수』 때문인지 현감보다 사또나 원님이 더 익숙하다. 지금의 기초 자치단체장인 군수, 구청장, 시장과 같다.

 

조선시대 현감이 사법권, 군사권, 행정권을 모두 가진 반면, 현재의 기초 자치단체장은 행정권만 갖고 있다. 1413년(태종 13)에 군현제 개편 강화 작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현감의 품계는 종 6품이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임기는 최대 1,800일, 5년에서 25일 빠진다. 지금의 기초 자치단체장의 임기 4년보다 길다. 그러나 임명직이라 임기를 보장하지 않는다.

 

 

가장 짧게 근무한 홍천 현감은 누구일까?

 

부임한지 8일 만에 다른 곳으로 옮긴 현감이 있다. 1832년 2월 20일 광주판관(廣州判官)에서 홍천 현감으로 부임해, 8일 후인 2월 28일 부평부사(冨平府使)로 떠난 임현철(林顯喆) 현감이다. 판관과 부사의 품계는 종 5품이고 현감은 종 6품이다. 품계로만 따진다면 좌천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8일 후 다시 종 5품인 부평부사로 떠났다. 뭔가 착오가 있었거나, 좌천의 원인이 사라진 듯하다.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거짓이 탄로나 파직된 현감도 있다. 박지진(朴知進) 현감이다. 1590년 10월 홍천 현감으로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거짓이 밝혀져 즉시 물러났다. 거짓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반면 1,800일 임기를 꽉 채운 현감은 9명이다. 이언종(李彦悰. 1572. 2. 2 ~ 1577. 1. 28). 남정(南瀞. 1624. 5. 15 ~ 1628. 12. 15). 이대순(李大淳. 1636. 2. 2 ~ 1641. 1. 24). 황윤(黃玧. 1668. 1. 16 ~ 1672. 11. 18), 홍택보(洪澤普. 1683. 6. 22 ~ 1688. 8). 김태연(金泰衍. 1721. 12. 16 ~ 1726. 9월), 심탁(沈鐸. 1733. 6. 16 ~ 1637. 12. 29), 홍계우(洪啓佑. 1758. 2. 21 ~ 1762. 11. 1), 박돈호(朴敦浩. 1785. 5. 29 ~ 1789. 12. 20) 현감이다. 홍천 현감의 평균 근무기간이 평균 2년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꽤 오랜 시간 홍천에 머물렀다.

 

조선시대 관리들도 근무 성적을 평가해 포상과 처벌을 내렸다. 조선시대 인사행정제도로 포폄법(褒貶法)이 있었다. 포(褒)는 포상을 의미하고, 폄(貶)은 폄하를 의미한다. 외관인 현감의 인사고과는 관찰사와 병마절도사가 상의하고 작성해 왕에게 보고한다. 근무 성적에 대한 평가에서 최하위를 차지하는 것을 거하(居下)라고 한다. 홍천 현감 중 거하를 받은 현감은 21명이나 된다. 당연히 이들은 파직됐다.

 

조선시대 현감에 대한 관리는 포폄법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조선시대 관리들을 감찰했던 사헌부에서 올리는 장계인 부계(府啓)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현감은 안응린(安應麟. 1587. 11. 01 ~ 1589. 12. 24), 조해(趙楷. 1688. 9. 17 ~ 1689. 4. 12)이다. 사간원에서 올리는 장계인 원계(院啓)에 의해서도 민숙헌(閔叔獻. 1571. 7. 15 ~1572. 2. 20), 이응호(李應虎. 1586. 7. 2 ~ 1587. 10. 6), 김창일(金昌一. 1598. 1. 10 ~ 1599. 1. 29), 정락역(鄭藥易. 1608. 1. 25 ~ 1609. 10. 16) 윤성지(尹性之. 1609. 11. 24 ~ 1611. 6. 20), 윤경지(尹敬之. 1655. 1. 27 ~ 1658. 2. 3) 등이 파직 당했다. 어사가 올린 장계로 인해 파직당한 현감은 민사용(1562. 1. 15 ~ 1565. 3. 20), 윤홍거(尹鴻擧. 1647. 7. 25 ~ 1649. 12. 20), 유한철(兪漢喆. 1776. 7. 13 ~ 1776. 12. 20)이다.

 

사법권을 갖고 있는 현감이기에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1570년 4월 7일 부임한 윤기정 현감은 죄인에게 법이 정한 이상의 형벌을 내려 1571년 6. 14일 파직됐다. 이른바 남형(濫刑) 즉 권력을 남용한 것이다.

 

 

홍천현감 중 김노경(金魯敬)은 추사 김정희의 아버지

 

김노경은 1805년 6월 19일 부임해 1806년 1월 시흥현령으로 떠났다. 김정희의 나이 20살 때다. 조선 제일의 서예가 김정희가 석화산에 오르고, 홍천강을 거닐며 사색하고 붓을 잡았음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김노경은 홍천현감 근무하던 1805년 증광 문과에 병과로 급제를 했다고 한다. 이후 예조, 이조, 공조, 형조, 병조의 판서를 두루 지냈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사직도 있었다

 

유교 관습이 강했던 만큼 부모님 상을 당하면 관직에서 물러나 시묘를 했다. 시묘는 산소 서쪽에 움막을 짓고 상주가 3년 동안 머물며 산소를 돌보고 공양을 드리는 것을 말한다.

 

3년이란 시간은 태어나서 혼자 활동할 수 없는 3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신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 기간이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신 경우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사직을 하고 시묘를 했다. 정명선(鄭明善. 1556. 9. 27 ~ 1559. 9. 17)이 모친상으로, 정인복(鄭仁復. 1577. 1. 28 ~ 1578. 10. 11)이 부친상으로 퇴임했다. 이직(李溭. 1692. 5. 20 ~ 1692. 8. 22)은 부임한 지 3달만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물러나야 했다. 

 

 

 

▲  화산현지에 기록된 선생안(先生案)   © 용석춘 기자

 

 


현감 목록인 선생안(先生案)에는 홍천의 아픔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1611년 7월 12일 부임한 안사성 현감은 1613년 5월 5일 현감에서 물러나야 했다.

 

홍천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因革邑 遞去.’ 혁읍(革邑)은 역적이나 강상죄인이 나온 고을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체거(遞去)는 벼슬을 내어 놓고 물러가는 것이다. 이른바 계축옥사에 연루된 심우영과 그의 아들 심섭이 홍천에 거주했다는 이유로 법전에 따라 홍천현감이 파직되고, 홍천현이 폐현되었다.

 

당시 홍천현 폐현에 관한 논의에 참여했던 좌의정은 홍천현감을 지낸 심희수(1580. 7. 28 ~ 1582. 11. 25)였다. 폐현된 지 6년 후인 1619년 2월 11일 홍천에 사는 품관 용천택 등 60여 명이 연명하여 임금에게 상소한 내용이 광해군일기에 남아있다.

 

‘역적 심우영(沈友英)은 본래 홍천 사람이 아닌데, 그의 처가 본 읍에서 잡히는 바람에 폐현(廢縣)이 되어 1백 리 밖 춘천(春川)에 부용이 되고 말았습니다. 억울하게 오명을 뒤집어썼으나 억울함을 풀길이 없습니다. 재목 5백 조(條)를 도감에 바치고자 하니 본 현을 다시 설치하여 지극한 원통을 풀어 주소서.’ - 광해군일기

 

 

▲  광해군 일기에 기록된 홍천현 복현에 대한 상소문 내용, 품관 용천택 등 60여명이 연명해 임금에게 상소

 

 

당시 상소를 주도했던 용천택(1566 ~ 1624)은 통훈대부에 오른 인물로 평산부사를 지냈다. 홍천 용씨 시조인 용득의(고려 영삼대사/문하시중)의 16세손이다. 홍천현이 다시 복현이 된 것은 1619년 4월 8일 황집(黃潗)이 홍천현감으로 부임하면서다. 복현 후 첫 현감이었던 황집은 1619년 9월 7일 부친상을 당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천현의 폐현과 복현에 관한 내용은 지난해 홍천 향토문화원 동언우 연구위원이 『광해군일기』에서 발견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13개 홍천읍지 중 현감 목록(先生案)이 있는 읍지는 『관동지』, 『화산현지』, 『홍천현 읍지 백원정사 필사본』, 『홍천군읍지』, 『강원도지』이다. 이중 홍천에 현감이 생긴 1413년부터 현이 군으로 바뀐 1895년 사이 홍천읍지에 기록된 분석 가능한 177명의 홍천 현감을 대상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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