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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출신 허림시인, ​『누구도 모르는 저쪽』

용석춘 기자 | 기사입력 2020/10/11 [15:02]

홍천출신 허림시인, ​『누구도 모르는 저쪽』

용석춘 기자 | 입력 : 2020/10/11 [15:02]
▲   허림시집  "누구도 모르는 저쪽" / 사진  김지원 님의 페북에서

 


[홍천뉴스투데이 용석춘 기자] 가곡 '마중'의 싯구절처럼 '얼굴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 나누기 좋은 하무뭇한 가을. 시간 속에 흘러간 것들이 시의 운율이 되어 들려주는 시집이 나왔다.

 

홍천 내면에 살고 있는 허림 시인의 시집 “누구도 모르는 저쪽”은 사랑의 아름다움과 흘러간 삶의 가난함이 맛과 향수로 다가온다.

 

소박했던 삶을 엿볼 수 있는 '구멍 난 양말을 꽤매는 저녁'... 『양말』이 있고, 토라진 마음을 잇대보려 하지만 '말의 끝이 마른 샘'... 『빈정』같은 일상을 보여준다.

 

김인자 시인의 말처럼 "허림의 시는 '힘을 뺀 순정한 시어'들로 엮은 옛사랑의 노래"이다 . 그 사랑은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다 울어도/눈물이 자꾸 고이'는 것처럼 내안의 울컥하는 바다를 품은 시인이다.

 

해설을 쓴 오민석 문학평론가는 또한 이번 시집을 이렇게 얘기한다. “이 시집의 계곡마다, 들판마다, 절벽마다, 사랑이 분분(芬芬)하다. 그러나 그 향기는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다. 그것은 사랑이 바로 지금, 여기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멀리 있는 부재이며, 유령처럼 지금, 이곳을 떠돈다. 그것은 없어서 더 외롭고, 없어서 더 간절하다. 부재의 사랑이 확인해주는 것은 지금, 이곳의 ‘텅 빔’이다. 그러므로 허림의 시는 ‘텅 빈 내’가 부르는 ‘빈자리’의 노래이다.”

 

 

『메물능쟁이』

 

니 내 좋아했는데

 

서산 어디 산다는 분산이가 오십 년 만에 와서 한 말이다

 

혼잣말 같기도 하고

들으라고 한 말 같기도 한데

 

모라고

 

못 들었으면 말고

 

그때 붉은데이 오면 능쟁이 해주려 했는데

한 번을 안 오데 서운하더라 그래서 내면 떠났다

 

지금이라도 만들어주지

 

됐다

말로 해줄게

 

통메물 찰강냉이가루 없으면 멧옥씨기가루 좁쌀을 준비해

그런 다음 노강지에 물을 넉넉히 붓고 메물 넣고 푹 능궈지도록 죽을 쒀

푹 퍼졌다 싶으면 찰강냉이가루와 좁쌀 나물 좀 넣고

눌어붙지 않게 능구면 돼

 

능구는 게 뭔데

 

내가 니 속에 들어가도록 속을 푹 늘궈놓는 거지​

 

한번 먹고 싶다

메물능쟁이 같은 저녁을

 

『메물능쟁이』 전문

 

 

 

 


허림 시인의 시는 낯설지만 한번쯤 들어본듯한 아니 먹어본 듯한 '투덕적', '달기자반', . '뭉생이', 메물능쟁이' 등 가난한 시절의 식감이 구수한 사투리로 시의 토속적인 맛을 더하고 있다.

 

허림시인은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심상』 신인상으로 문학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시집으로 『신갈나무 푸른 그림자가 지나간다』(현대시), 『노을강에서 재즈를 듣다』(황금알 시인선), 『울퉁불퉁한 말』(시로여는세상), 『이끼, 푸른 문장을 읽다』(애지), 『말 주머니』(북인), 『거기. 내면』(시와 소금)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A4동인, 표현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400리 홍천강 물길을 따라>도 있다. 현재 허림시인은 내면 오막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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