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피니언
검사 거부하고 동선 숨기고…방역 저항이 갖는 위험성
남궁인 이화여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용석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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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04 [13:1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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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계는 올해 초부터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은 의료체계에 새로운 기준과 복잡한 절차를 끊임없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대해 잘 몰랐다. 한정된 정보로 유추해서 지금까지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나 사스, 메르스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상기도 감염 증상이 주가 되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초 의료계는 총력전으로 바이러스의 초기 진화에 나섰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전파 차단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서 진료 과정을 그에 맞게 변화시켰다. 행정 조직과 모든 병원이 이에 동참했으며 생활 방역 수칙이 대국민에게 홍보되었다. 모든 국민은 외출할 때나 대중교통을 탈 때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했고 수시로 감염 매개가 되는 손을 씻었다. 큰 건물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은 발열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으며, 열이나 상기도 감염 증세가 있으면 코로나19가 음성으로 확인될 때까지 자택에서 머물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학교 수업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일상생활에서의 거리 두기는 우리에게 상식이 되었다.

 

의료계는 발열, 호흡기 증상 환자나 접촉자를 초기에 모두 격리하고 검사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전국의 보건소와 병원은 선별 진료소와 드라이브 스루를 만들어 이차 감염을 막으며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증상이 애매하거나 접촉이 불분명해도 무조건 검사와 자가격리를 진행했다. 응급실은 더 복잡했다. 코로나19 증상이 있고 음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장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모두 음압실에서 선제 격리하고 코로나19 감염 환자에 준해 진료했다. 그때마다 많은 방역복과 물자가 소비되었고 의료진 또한 힘에 부쳤지만, 가끔 선제 격리 환자가 코로나19 감염으로 밝혀질 때면 우리는 시스템으로 이차 감염을 막았음에 안도하곤 했다. 이 모든 것이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이었다.

 

코로나19가 이전 유행병과 비슷한 특성으로 전개되었다면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초반에 승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높은 수준이며, 일정 확률로 무증상 감염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은 이전에는 드물게 발견되던 감염 형태였고 대부분 전염력이 없었으나,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은 전염력마저 있었다.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잔인하고도 특수한 특성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우리가 완벽히 패배한 것 또한 아니었다. 의료진, 행정 조직의 노력과 더불어 모든 유증상자, 접촉자가 격리하고 검사를 받는 방역 지침에 협조할 경우 확진자는 어느 정도 숫자로 유지될 수 있었다. 이는 의료진에게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했다. 일일 확진자 십여 명 정도라면, 이전에 사람들이 누리던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방역 수칙을 지켜 카페나 영화관에 갈 수 있었고, 조심스럽게 학교에 등교를 하거나 소규모 모임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의료계는 공공질서와 시민의식이 유지될 경우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는 많은 도전과 시련 끝에 궤도에 올린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일 확진자가 300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강화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며, 일상생활은 다시 움츠러들었다.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방역을 유지할 경우 확진자 증가가 분명하기에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었던 체계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증상이 있는데 검사를 받지 않거나 동선을 숨기고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면, 방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의료계의 피땀 흘린 노력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결과다. 올 들어서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는 카페와 식당의 영업 제한이 실시되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한 마스크 속에서 우리는 매일 다수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재한다. 이것은 어떤 음모도 아니고 누군가 퍼트린 헛소문도 아니다. 우리 의료진은 실존하는 바이러스의 실체에 다가가며 체계를 조직하고 막아내느라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미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앞으로도 죽이거나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 대상은 우리 자신이거나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다. 올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본분을 다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요즘처럼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 때가 없었다. 의학은 사람들의 일상을 간신히 지탱할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이 방역 지침에 협조해야만 우리는 조심스럽게라도 누리던 것을 이어갈 수 있다. 코로나19는 전세계를 맹렬한 기세로 휩쓸고 있다. 의료진으로서 당부한다.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가 있지만, 타인의 생명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면 그 생각과 행동은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

 

남궁인 이화여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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