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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기본소득제,. .김종인 비대위원장 발언의 나비효과

홍천뉴스투데이 | 기사입력 2020/06/14 [19:01]

전국민기본소득제,. .김종인 비대위원장 발언의 나비효과

홍천뉴스투데이 | 입력 : 2020/06/14 [19:0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초선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기본소득’ 의제를 꺼낸 후 기자는 복수의 기본소득 전문가들에게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알맹이 없이 화두만 던져진 문제의식’이라는 것이 대체로 돌아온 공통 답변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이 이튿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등을 두곤 신중해야 하며 장기적 연구과제”라고 반발짝 쯤 후퇴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원론적인 수준의 문제의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는 박한 평가가 대세였다.

 

인상적인 것은 야권의 한 정책브레인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이다. “외부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김종인 비대위원장 옆에는 미국유학파 출신의 상당히 뛰어난 정책브레인이 있다. 그런데 적어도 기본소득의 경우, 그 사람이 관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김 위원장의 ‘개인플레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기본소득이 보수정책이냐 진보정책이냐 연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자신은 이미 2015년부터 공개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고 다녔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일파만파가 되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발언의 나비효과다.

 

2020년 대선에 출마가 거론되는 대부분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한마디씩 곁들였다. 당 밖의 홍준표 의원은 6월 8일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라고 비판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원칙적인 저의 생각은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며,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고 밝혔다(이날 국회에서 만난 이 의원 측은 “기본소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언론 질문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답했다).

 

■ 여·야 대권주자 모두 숟가락 얹어

 

주요 대권주자 중 기본소득제에 대해 가장 강한 비판을 제기한 인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6월 7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평등(equality)’과 ‘공평(equity)’의 차이를 보여주는 인터넷밈 사진을 올리며 “이 그림을 보면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더 정의롭고 공평한 제도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사진).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무엇이 더 정의로운 일일까.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도 매월 5만원, 월 1000만원 가까운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대기업 정규직도 매월 5만원을 지급받는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인가.”

 

박 시장은 다시 6월 10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기본소득에 대해 재원상 감당하기 어려우며 계층별로 필요한 분들에게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을 인용하며

 

“저도 대통령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생각”이라며 “문 대통령의 말씀이 ‘복지국가의 기본원리’이며, ‘보편적 복지국가’ 원리를 택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전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라고 적었다.

 

기자는 지난 5월 초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않고 있는 대권주자 박원순의 선택을 다룬 기사를 쓰면서 총선시기 새로 서울시에 입성한 정책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이날 페이스북에 밝힌 ‘대기업 정규직 5만원과 실직자 월 100만원’ 비유는 당시 기자를 만난 이들 박원순 측 인사들의 발언과 글자그대로 일치한 표현이었다(다시 “유력대권 주자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정책에 각을 세워 정책적 차별화 능력을 부각하기 위해 일부러 논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질문에 박 시장 측은 “노 코멘트하겠다”고 답변해왔다).

 

‘기본소득이 아닌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의제는 현 민주당 내 유력 계파로 평가되는 ‘더좋은미래’의 정책보고서를 통해서도 의제화되었다. 보고서는 지난 5월 7일 발간된 것으로, 더좋은미래 김기식 정책위원장과 김은지 연구원이 작성한 것이다. 김기식 위원장은 지난 3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재난기본소득보다는 전국민 고용보험 실시가 재난상황에 대해 더 효과적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논란이 심화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노령연금과 경제민주화 의제를 빼앗겼던 2012년 대선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지급액수와 범위를 두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을 벌이다 ‘경제민주화’로 선수를 치고 나온 당시 박근혜 후보 측에 의제를 선점당했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김종인이 앞장서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여권에서는 이런 우려에 따라 ‘자제령’이 비공식 경로로 전달되었지만, 논쟁은 통제되지 않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의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해 당선된 뒤 각자 당으로 돌아간 두 의원의 소속 정당이 모두 기본소득제 도입을 핵심정책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소득제 도입이라는 단일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6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의를 기화로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모여 기본소득연석회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소수정당인 시대전환은 당의 공동대표였던 이원재 랩2050 대표가 대표적인 기본소득론자였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랩2050은 지난해 10월 “세목 신설 없이 소득세 비과세·감면 폐지로 핵심재원을 마련하면 증세 없이 당장 2021년부터 월 30만원씩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는 국민기본소득제 재정모델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시대전환의 입장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정훈 의원은 기본소득 논란과 관련한 언론인터뷰에서 “여·야가 경쟁하듯 ‘묻고 더블로 가’식의 기본소득제는 나라 곳간을 거덜 낸다”고 주장했다. 재원 마련 계획 없이 성급한 논의는 안 된다는 것이다.

 

 

■ 기본소득 의제, 미래통합당이 선점할까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본소득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식의제로 채택된 적이 없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대선이 있던 2017년 2월 관련 토론회를 열었을 뿐 정책의제화하지는 않았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당시에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를 두고 기존의 사회보장체제를 폐지하고 단일화시켜야 할지, 아니면 전면적인 세제개편과 함께 가야 하는지를 두고 원론적인 갑론을박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는 쪽은 2017년 대선 경선 때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대선공약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경기지사 당선 후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도입한 청년기본소득을 확대한 기본소득 정책을 다듬어왔다.

 

지난해 4월부터는 지자체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산하에 기본소득연구단을 만들어 국내·외의 기본소득 연구집단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기본소득 정책을 준비해왔다.

 

코로나 국면에서 경기도가 가장 먼저 전 도민에게 ‘지역화폐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었던 것도 기본소득연구단의 정책시뮬레이션 결과에 바탕을 둔 정책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는 “기본소득이든 전국민 고용보험이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논의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본인들이 설계한 대로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코로나 국면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없지만, 그게 또 주기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이 되면 기본소득이 아니고 뭐겠느냐”고 말했다.

 

논쟁보다 더 시급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실제 효과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방책의 실현을 더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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