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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함께 하는 도시재생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1/19 [18:44]

주민과 함께 하는 도시재생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0/01/19 [18:44]

1960년대 말, 대학생이었던 아버지는 만리동에 자취방을 얻었다. 가까이에 학교로 가는 버스가 있었고, 집값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기억 속 만리동과 서계동은 양말과 신발을 팔고, 만리시장에서 음식을 팔며 재봉틀 소리가 분주한 동네로 남아있다.   

 

 

 

 

반세기를 돌아 내가 이 지역에 온 건 그저 우연이었을까. 아버지의 추억을 몰랐던 그 때는 그저 낯선 동네일 뿐이었다. 내가 처음 왔던 무렵 이곳은 무척 조용하고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었다.  

 

 

도시재생이 가져온 변화들

 

▲  서울로 7017 개장 전 답사   © 홍천뉴스투데이

 

 

즈음 서울역고가가 서울로7017이라는 길이 돼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동네에 활력이 감돌았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말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거점시설 8개가 오픈했다.

 

거점시설은 주민 공동이용시설을 확충하면서 문화생활에 소외된 지역에 문화거점 역할을 한다. 도시재생의 기반이자 주민 주도 자립모델로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도시재생 거점시설이 마련되자 주민들이 머물렀고, 서울역이나 서울로만 보고 가던 관광객들이 윗 마을까지 올라왔다. 

 

 

 

 

사람들이 모이니 달라졌다. 보이지 않던 점들이 보이고 참신한 생각들이 피어났다. 허물어진 수제화 거리도, 막혔던 남대문 시장 봉제업도 되돌아보게 됐다. 세월을 넘어 청년들 관심을 끌었고, 장인의 기술과 청년의 아이디어는 지역의 큰 힘이 됐다. 지역문화를 소개해주는 주민해설사 및 회현 남촌주 모임, 봉제, 남산옛길 경관개선 및 염천교 수제화 거리 활력사업 등이 생겨났다. 

 

▲   마을카페 계단집

 

 

사실 거슬러 보면 서울역 일대는 다양한 특색이 숨쉬는 곳이었다. 예전에 비해 퇴색했지만 수제화·봉제 산업이 활성화된 동네였으며, 역 주변으로 유적지들이 있고, 과거 가난한 남촌 선비들이 술을 즐겨 마시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거점시설은 지역 주민들을 자주 불러 들였다. 어느 휴일, 거점시설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들을 풀다보니 서로 이방인이었던 사람들 사이에 공감이 생겨났다. 오래된 지역 이야기에 흥미가 쌓였고, 새로운 의견에 감탄이 쏟아졌다. 오해는 이해로 바뀌고 관점은 넓어졌다. 켜켜이 쌓인 추억과 참신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들이 낙후된 지역에 색을 입혔다. 

 

 

도시재생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   염천교 수제화

 

 

공간을 통한 모임들은 지역경제로도 뻗어나갔다. 모이다보니 우리가 사는 지역이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되고 눈에 안 띄었던 곳까지 보였던 거다.

 

만리시장 한 곳에 코워킹 팩토리(숙련 봉제인 공간)와 패션 메이커 스페이스(주민들 공간)로 구성된 봉제 디자인 회관 ‘오르막’이 개소했다. 젊은이와 전문가, 장인들이 뭉쳤다. 지난해에는 공동 패션브랜드 ‘어고잉(Agoing)’을 론칭했다. 서울로 7017에서 봄, 가을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서계동 골목 패션쇼 등을 통해 입지를 굳혔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처음 무대에 서 직접 패션쇼를 진행했다는 점은 더 의미가 있었다.

 

 

 

 

주민공동체로 시작된 회현 모임은 전통주를 담그며 술이 유명했던 남촌 옛 지역의 특색을 이었다. 이 지역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 속에 전통주 항목을 따로 정리해 축제와 행사를 통해 빠짐없이 알렸다.

 

옛 전통의 맛을 살린 새로운 남촌주가 서울로7017과 거점시설에서 방문자들에게 소개될 때, 살짝 뿌듯함이 느껴졌다. 도시재생을 통해 탄생한 술은 앞으로 어떻게 익어갈까.

 

▲  봉제 디자인회관 '오르막'이 있는 현 만리시장  

 

 

국토부는 2020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4년차를 맞아 지자체와의 소통을 강화, 속도감 있는 추진과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바 있다.

 

비단 우리 지역뿐 아니다. 도시재생이 만든 지역 특성과 친밀함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2020년, 가속화될 도시재생이 더더욱 이웃을 가깝게 하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흘러간 아버지의 추억은 다시금 돌아 우리에게 여러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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