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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무궁화축제, 어린이집 물놀이 수준으로 전락하는가?

용석춘 기자 | 기사입력 2019/07/28 [18:49]

홍천무궁화축제, 어린이집 물놀이 수준으로 전락하는가?

용석춘 기자 | 입력 : 2019/07/28 [18:49]

홍천무궁화축제, 어린이집 물놀이 수준으로 전락하는가?

 

무궁화축제는 홍천군민의 정신적 지주이고 문화적 행사로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반축제와는 구분된다. 아무리 경제적 부가가치를 노리는 축제이지만 본질이 훼손되면 부가가치도 오래 가지 못한다. 27일 축제첫날, 홍천무궁화수목원 입구에는 워터풀장이 설치되어 있고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    홍천무궁화수목원 입구에 설치된  워터풀장   ©홍천뉴스투데이

 

남궁억 선생은 무궁화 꽃을 노랫말로 만들고 찬송가를 만들어 아이들의 술래놀이로 구전으로 민족의 정기를 일깨웠다. 무궁화 묘목을 전국 교회로 전파해 삼천리화려강산에 무궁화 꽃이 만발해 일제의 압제를 딛고 일어설 민족혼을 불어 놓은 것이다. 일제식민시대에 민족의 자주정신과 독립을 일깨운 선생의 얼을 기리기 위한 축제가 바로 홍천의 한서문화제이고 이를 10여 년 전, 경제적 부가가치 이유로 개량한 것이 ‘홍천무궁화축제’이다. 어린아이들을 겨냥한 이벤트를 책망할 일은 아니다. 다만 축제에 담겨진 본질을 잊어선 안된다.

 

홍천군의 오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가진 ‘홍천무궁화축제’가 행정의 안일과 무지로, 군민의 무관심으로 쇠락과 함께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홍천군의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전락

 

▲   세종시 나라꽃무궁화축제

 


홍천무궁화축제가 ‘전국’이란 이름으로 평준화돼 같은 이름으로 서울광화문과, 수원화성에서, 안산, 의정부, 세종, 천안 등 여러 도시에서 무궁화축제가 개최되고 있었다. 홍천군이 붙인 ‘제29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홍천)축제’가 그렇다. 지난 7월23일, 강원일보가 ‘홍천무궁화축제가 지역행사로 열리고 있어 예산이 빈약하니 중앙행사로 키우자’는 기사가 올라있었다. 이번 축제행사에서도 예산이 적어 홍천문화재단이나 홍천문화원이 거부하고 엉뚱한 홍천군청소년수련회가 위탁받아 행사를 치루고 있었다. 홍천군 청소년수련회는 춘천의 YMCA가 홍천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수원시 나라꽃 무궁화축제

 


무슨 이야기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 종전의 한서문화제를 이은 홍천의 무궁화축제가 아니었다. 무궁화 꽃이 화분에 심겨져 전국을 떠도는 전국축제에 홍천군도 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대부분의 홍천군민은 홍천무궁화축제가 홍천군의 유일한 나라꽃, 국화(國花)축제로, 한서 남궁억 선생의 유지와 얼을 받든 유일한 축제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홍천군민의 자긍심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9회 나라꽃 무궁화축제’는 홍천만이 아니라 서울, 수원, 안산, 의정부, 세종시, 전북 완주, 충남 천안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 더욱이 홍천군은 홍천무궁화축제를 산림청 주최의 중앙행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지역 문화계 인사들도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고 보도했다. 과연 홍천을 위한 바른 선택일까? 아니다.

 

홍천의 무궁화축제는 행사로 보면 한서문화제를 대입해 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사로 보면 90여년의 역사문화를 담은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홍천군의 문화 블루오션이다. 무궁화축제가 전국에 알려지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같은 이름의 축제가 여러 지역에서 짝퉁으로 개최된다는 것은 홍천고유의 역사성과 축제의 메리트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다시 말해 홍천의 블루오션을 포기하는 일이다. 그런데 왜 산림청 주최의 중앙행사로 가려고 하는가? 오히려 차별화된 무궁화성지로 만들어 가는 것이 홍천군의 몫이 아닌가? 원조면 원조답게 굳건하게 서야하는데 원조가 짝퉁을 쫒아간다는 것은 말이 아니다.

 

홍천무궁화축제는 산림청이 주최가 아니라 홍천군이 주최가 되어야 한다. 현재 다른 도시에서 치러지는 무궁화축제는 홍천군보다 더 많은 예산투입과 더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축제가 치러지고 있다. 같은 조건의 축제로는 홍천원조가 짝퉁을 이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홍천군이 짝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한서 남궁억 선생의 소중한 문화가치를 홀대하기보다 창의적인 사고로 원조의 시장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와 애국가, 무궁화로 연결되는 브랜드가치를 짝퉁과 공유하되 독점적 지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서 남궁억 선생과 무궁화는 홍천군의 블루오션이다. 홍천무궁화축제를 산림청 주최 중앙행사로 우리 것을 포기해선 곤란하다.

 

 

용석춘 홍천뉴스투데이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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