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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대 부채로 지은 예배당…목사 "빚 없는 교회 어디 있나"

이용필 기자 | 기사입력 2018/10/25 [14:53]

200억대 부채로 지은 예배당…목사 "빚 없는 교회 어디 있나"

이용필 기자 | 입력 : 2018/10/25 [14:53]
무리한 교회 건축은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건 기본이고, 분쟁을 자초한다. 최근 <뉴스앤조이>는 수십억 부채에 허덕이는 서울 ㄷ교회와 청주 ㅇ교회 사례를 연달아 보도한 바 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춘천 ㅇ교회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강원 최대 성전'. 2005년 11월 춘천 ㅇ교회가 입당 예배를 했을 때 회자된 표현이다. 실제 ㅇ교회 예배당은 지하 3층에 지상 6층 총 3300평 규모로, 지역 교회들에 비해 압도적 규모를 자랑했다. 입당 예배 당시 ㅇ교회 유 아무개 담임목사는 "춘천뿐 아니라 강원도와 한국을 변화시키는 생명력 넘치는 교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ㅇ교회는 입당 예배 이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 왔다. 그러던 2016년경 예배당 건축비 문제가 불거지며 시끄러워졌다. 당시 교인들은 교회에 100억대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20년 넘게 ㅇ교회를 다녔던 A 권사는 10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년 재정 보고는 해 왔는데 예배당 건축비 보고는 따로 하지 않았다. 담임목사와 재무부 장로 몇몇을 제외하고 대다수 교인은 부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건축비 문제는 재정 전횡 의혹으로도 번졌다. 교인들은 감사를 요구하며 들고일어났다. 반발이 거세지자 유 목사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강원 최대 성전의 빚 규모가 알려지면 악소문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빚을 갚고 있다며 문제될 것도 없다고 했다. 유 목사는 "214억 건축비가 106억으로 줄었으니 절반은 상환한 셈이다. 이자가 81억 나갔는데 금리가 높아 어쩔 수 없었다. 강원 최대 성전으로서 빚 규모가 큰 것은 당연하며 많이 갚았다. 이자가 연체된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재정 전횡 의혹도 부인했다. 유 목사는 "(재정은) 재무부 장로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했다. 장로와 금융인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다 (관리)하고 있다. 담임은 거기 가지도 않고, 형식적 사인만 한다"고 했다.   

일부 교인은 담임목사가 재정에서 손을 떼고 목회에만 전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유 목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모든 목회는 재정이 밑받침돼야 이뤄질 수 있다. 최종 결재마저 안 하고 손 떼면 목회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자체 감사 결과 1원도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횡령할 틈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며 이해해 달라고 했다.

부채 문제로 교인 220여 명이 교회를 떠났지만, ㅇ교회 담임목사는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유 목사의 해명에도 일부 교인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ㅇ교회 출신 B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축비 문제도 컸지만, 유 목사는 기본적으로 교인들을 하대했다. 성직자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반대 의견을 내는 교인들을 무시하고,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교회 분규가 한창이던 2016년 말 유 목사는 입장문을 전격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100번 양보해서 설사 (나에게) 잘못이 있더라도 하나님 종 심판은 종을 세우신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지 인간이 심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중국 황제의 사신을 조선의 누가 심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심판하면 중국 황제가 자신을 대적하는 것으로 간주해 대로하고 쳐들어와 큰 심판을 가한다. 똑같은 이치다"고 했다. 하나님을 중국 황제에 비유하며 목회자를 대적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교회 분규가 있을 때 중립 입장에 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목사는 "예를 들어 하나님이 누구와 싸우실 때 중립에 서 있는 게 옳은가. 아니다. 당연히 하나님 편에 서는 게 옳다. 교회 분규 때 하나님은 하나님 종이 잘못했어도 무조건 종의 편에 서신다. 하나님 종 편에 서야 하나님 편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바로 교회 분규를 잘 해결하고 수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B 장로는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유 목사의 황당한 주장에 더는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일부 교인은 2017년 4월, ㅇ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를 개척했다. 나온 교인만 220여 명에 달했다. B 장로는 "ㅇ교회 사태는 재정 문제로 신음하는 한국교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많은 교인이 상처를 받았지만, 다행히 지금은 많이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건축비 문제로 적지 않은 교인이 교회를 떠났지만, 유 목사는 개의치 않아 했다. 유 목사는 10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간 사람은 전체의 20%밖에 안 된다. 교회 빚이야 성전 지으면 다 있는 것 아닌가. 떠난 분들이 주도권을 잡고 싶어 했는데, 꼬투리 잡을 게 없으니까 건축비를 가지고 문제 삼았다. 다 옛날이야기이고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말했다.  

ㅇ교회는 지금도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 현재 등기부 등본을 보면 채권 최고액이 130억 8000만 원에 달한다. 무리해서 예배당을 지은 이유가 있느냐는 말에, 유 목사는 "지하 주차장 1개 층을 더 만들어야 (춘천시가) 허가해 준다고 해서 설계를 변경했고, 돈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다 감당할 만하니까 한 것이다. 빚 없는 교회가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100억대 부채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 목사는 "지금도 차근차근 갚아 나가고 있다"고 했다.   

목사 우월주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에 대해, 유 목사는 "목사들이 설교할 때 다 하는 말 아닌가. 지금 교회는 안정적이다. 분규가 없도록 노력해 왔는데 (일부 교인이) 주도권을 잡으려고 꼬투리를 잡은 게 화근이 됐다. 다 끝난 옛날이야기를 누가 제보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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