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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방경제포럼’ - '동북아의 전력'이 '유럽의 석탄' 될 수 있을까
이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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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4 [14:1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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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에서 13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열린다. 동방경제포럼은 아시아 태평양 주요국 간의 협력을 통해 낙후한 러시아 극동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2015년 푸틴 대통령이 창설했다. 매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되는 이 포럼에 대한 동북아 각국의 관심은 매우 높다. 일본 아베 총리는 2016년 이후 2년 연속 참석했고 올해도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5년 왕양 부총리가 최대 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한 데 이어 올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했다.
 

올해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동시에 초청했다. 남-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까지 제기되어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다만 남북정상회담, 시 주석의 북한 방문, UN 총회 등 여러 가지 다른 변수로 인해 남북 정상 모두 참석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기대했던 세기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미중 관계가 급변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동방경제포럼이 갖는 국제정치 역학상의 의미는 점점 커지고 있다. 러-중-일 정상은 G20, APEC 같은 국제 다자정상회의 자리에서 만난다. 그러나 다른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3국 정상만이 따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자체만으로도 세계적 관심을 모을 것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올해 동방경제포럼에서 한국이 동북아 협력을 위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작년 제 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여 한러 경제협력의 기본 구상으로 ‘나인 브리지(9개 다리)’ 전략을 제안했다.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 협력을 진행하자는 내용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으로 소원해졌던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영역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력 의지를 표현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우선 순위 및 선택과 집중의 영역을 정하는 전략적 로드맵 차원에서는 아쉬움도 컸다. 특히 철도 가스 전력 등 3대 남북러 메가프로젝트의 경우 병렬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조건과 상호 연관성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가스관의 경우 천연가스 소비가 거의 없는 북한이 가스관을 차단하더라도 북한 경제와 주민이 입을 피해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한마디로 북한 리스크가 크다. 철도망의 경우 가장 큰 변수는 북한 철도의 90% 이상이 전철화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력망이 선제적으로 구축되지 않는 한 철도의 정상적 운행은 불가능하다. 특히 남북러 철도망이 시베리아대륙을 횡단하는 대륙 철도가 되기 위해서는 복선전철화가 필수적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이미 2002년에 전 구역이 전철화되었다.


전력은 철도 운행만이 아니라 북한의 경제 전반에 가장 필수적이면서도 가장 취약한 요소다. 현재 북한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남북러 전력망을 차단하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라고 볼 수 있다. 전력망은 가스관에 비해 북한 리스크가 약하고 철도망 건설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프로젝트다. 


남북러 전력망 프로젝트는 한중일 차원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사업이다. 2009년 포브스가 ‘세계 에너지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7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017년 10월 방한 강연에서 전 세계가 ‘전기의 시대’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4차산업혁명과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의 전기 소비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며 최근 전기 관련 투자금액이 처음으로 석유 관련 투자액을 뛰어넘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ICT가 발전한 한중일 3국이 전기의 시대에 보다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린피스는 2017년 발표한 보고서 ‘Clicking Clean’에서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7% 정도를 차지하는 IT분야의 전기 소비가 2030년까지 매년 적어도 7%씩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금의 발전 추세만으로도 2030년경에는 중국과 같은 전력소비국이 하나 더 추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여시재가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미래 전력 수요와 공급에 관한 연구에서도 에너지 소비 효율화로 인한 절감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2040년 전력 수요는 2016년 대비 70%~90%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저성장과 환경오염문제 등으로 발전설비용량 증가세가 세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설비용량 증가율은 2.4%로 2000년대 진입 이후로는 최저 수준이다. 한마디로 멀지 않은 시기에 글로벌 전기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T 산업이 발전한 동북아 3국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이미 한중일 3국의 전력 소비는 북미와 유럽 전체를 상회한다. 


동북아의 전기 공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 풍부한 전력을 보유한 러시아와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현재 러시아의 전력 설비 잉여 용량은 1350TWh 1)로 2017년 한국(534TWh)과 일본(1,019TWh)의 소비량 합계에 거의 육박한다. 남북러 전력망의 발전원이 될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잠재 수력발전용량만 1,982TWh에 달한다. 또한 남북러 전력망이 건설될 경우 한국은 몽골-러시아-중국-한반도-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수퍼그리드 프로젝트의 핵심 허브가 될 수 있다.


유럽이 석탄 에너지를 매개로 통합을 실현할 수 있었다. 동북아에서는 역사적 반목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전력 에너지다. 올해로 4회차를 맞이하는 동방경제포럼에는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 외에도 50개국 이상에서 정상 및 고위 관료, 주요 기업대표, 언론인 등 약 7천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 비록 한국의 정상은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전기의 시대에 대비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제기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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