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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민주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의 초석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홍천뉴스투데이편집국 | 기사입력 2017/11/09 [12:35]

지방분권, 민주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의 초석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홍천뉴스투데이편집국 | 입력 : 2017/11/09 [12:35]
정부는 지난달 26일 여수 세계박람회장에서 자치분권 여수선언을 통해 지방분권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하에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총 5대 분야 30대 과제를 추진한다. 지방분권 추진과제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2018년 지방선거와 때를 같이 하여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강력한 지방분권국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을 헌법화함과 동시에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여 지방분권의 의미를 강화할 예정이다.

둘째, 개헌과 별도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괄적 사무이양을 위한 지방이양일괄법의 단계별 제정을 추진하고 주민투표 확대, 주민소환 요건 완화 등 주민직접참여제도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8:2 구조에서 7:3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6:4 수준으로 개선하고 고향사랑 기부제법 제정도 추진할 예정이며, 자치경찰제와 교육지방자치 등 자치영역도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

셋째, 국가균형발전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혁신도시 사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며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성장의 거점이 되도록 추진한다. 또한 혁신도시를 대단지 클러스터로 발전시켜 지역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해 온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자족도시로 육성할 예정이다.

현 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 발표가 갖는 의미는 과거 정부에 비해 남다르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에 비해 현 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지방분권과 관련된 정책과 제도 개혁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분권이 정치적·행정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없었으며 전직 대통령의 의지 빈약도 지방분권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강력한 지방분권을 천명한 것은 지방분권이야말로 민주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제도임을 확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 중심의 집중화 전략은 국가균형발전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지역이 발전할 때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분권 로드맵에서 제시된 과제들은 과거 정부에서도 줄기차게 주장되어 온 것들이다. 공허한 말장난이 되지 않고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지·의지·조정이라는 3박자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우선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과거 지방분권 추진과제들은 제도 수정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으며 개혁과제들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 추진은 근본적으로 헌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에 지방분권국가로서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의견수렴이 전제되는 헌법 개정이 내년 6월의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지방분권 로드맵은 탄력을 받아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국가로의 헌법 개정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행정수도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할 경우 헌법 개정이 부결될 수도 있다. 만약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를 통한 국민적 관심은 지방분권 개혁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통령의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 정부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평가된다. 대통령의 의지가 없다면 지방분권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대통령의 관심은 정부기관을 움직이게 하며, 추진의 속도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분권 의지가 강하더라도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야당의 협조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국민적 지지를 얻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는 야당도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도구이다.

국민적 지지와 대통령의 의지 이외에 필요한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조화로운 조정노력이다. 지방분권 과제 중에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어느 정도 열린 자세로 지방정부와 상생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2에서 7:3을 거쳐 6;4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이지만, 국가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지방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만을 바꾼다면 오히려 지방교부세가 줄어들어 지방재정이 축소되거나 현 수준에 한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논의가 대통령·중앙정부·지방정부·시민사회 등과 함께 논의되고 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또 각 중앙부처들은 지방에 권한을 이양하기 싫어한다. 이양하는 만큼 인력과 예산이 줄고 승진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이야말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조화로운 조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5대 분야 30대 지방분권 추진과제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지방분권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분권과제가 지연되는 만큼 민주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의 완성도 늦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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