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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예산안, 재정운용 패러다임 바꿨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홍천뉴스투데이편집국 | 기사입력 2017/09/07 [13:00]

사람중심 예산안, 재정운용 패러다임 바꿨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홍천뉴스투데이편집국 | 입력 : 2017/09/07 [13:00]
정부가 지난 달 29일 발표한 2018년도 예산안은 재정의 적극적·선제적 역할을 통해 사람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년도 본예산 대비 7.1% 증가한 429조원 규모다. 총지출 증가율 7.1%는 내년 경상 성장률 전망 4.5%를 2.6% 포인트 상회 하는 것으로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 활성화 의지를 담은 예산안이라 할 수 있다.

IMF는 한국과의 연례협의(Article IV Consultation)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라는 비우호적인 인구구조 변화, 노동시장 왜곡, 낮은 생산성, 취약한 사회안전망, 가계부채 부담 등 구조적 역풍(structural headwinds)에 직면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당한 재정 여력(considerable fiscal space)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예산안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려는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 분야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증대시킨 반면, SOC 예산을 대폭 감축한 것이다. 즉 정부는 총지출의 34%에 달하는 146조원을 사회복지와 일자리 분야 예산으로 배정했고, SOC 예산을 전년대비 20%나 감축했다.

2018년 예산안의 주요 특징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국민의 삶 개선을 위해 아동수당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누리과정을 전액 지원하는 예산안을 편성했고, 청년 지원 예산으로 중소기업 청년 추가 채용지원, 구직 촉진 수당,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확대, 우대대출상품 등 주거 지원 예산안도 편성했다. 노인 지원을 위해서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노인 직접일자리 지원과 치매 국가 책임제를 이행하기 위한 예산안도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리고 저소득층 주거급여 부양의무 폐지 등으로 기초생활보장을 확대하고 공적 임대주택 17만 호 공급, 에너지 바우처 예산안도 인상했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개발 투자 확대와 TIPS 등을 통한 창업지원 예산, 그리고 안전과 평화에 있어서는 킬-체인, 삼축체계 조기구축 지원 등 국방비 예산을 크게 늘렸고,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예산안도 증가시켰다.

그동안 한국 재정의 재원배분 구조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SOC같은 경제예산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반면, 사회복지 예산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2013년 일반정부의 기능별 재정지출 국제비교 현황을 보면,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이 OECD 평균 17.1%인데 비해서 한국은 5.9%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과 합계출산율이 OECD 국가들 중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인빈곤 문제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고, 사회복지 예산 재원을 마련하려면 경제예산 비중을 줄이는 예산 구조 개편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2018년 예산안은 사회불평등과 저출산·고령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재정운용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에 대해서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과도하게 삭감하여 경제성장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에 따른 현금살포 예산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상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를 보면 정부소비지출 0.86, 민간소비 0.77, 민간투자 0.74로 정부소비지출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최종수요 10억원 당 고용유발효과를 보면 건설업 10.2명인데 반해 복지 및 사회서비스는 16.7명으로 사회복지 예산이 SOC 예산 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사회복지 분야 예산을 크게 확대하고 SOC예산을 감축한 2018년 예산안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적절한 예산안 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예산안에서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1.6%로 전년 대비 0.1% 포인트 개선되고, 국가채무는 GDP 대비 39.6% 수준으로 전년 대비 0.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어 재정건전성도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총지출이 7.1% 증가한데 비해 재정건전성이 이처럼 소폭 개선될 수 있는 것은 법인세와 소득세 등에 대한 핀셋 증세를 하는 세법개정안 제출로 내년에 추가 세입이 예상되고, 정부가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기존 예산사업의 집행실적과 성과를 평가하여 그 어느 때보다 불요불급·낭비성 예산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실시함으로써 추가적 정책 소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2018년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중심의 지속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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