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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가뭄을 견디는 비결

이상출 목사 | 기사입력 2017/07/24 [20:39]

나무가 가뭄을 견디는 비결

이상출 목사 | 입력 : 2017/07/24 [20:39]
이상출 목사
경안노회장ㆍ위동교회

가뭄이 계속되자 시냇가의 나무는 금새 말라버렸는데, 정상의 나무는 싱싱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식물학자가 두 곳의 나무를 연구한 결과, 평소에 수분이 충분했던 시냇가의 나무는 물이 마르니 견디지 못한 반면, 산 위의 나무는 수분을 얻기 위해 평소에도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가뭄을 잘 견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안동시의 면적은 서울시의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인구는 17만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 소도시들이 작은 마을로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은퇴를 앞둔 필자는 47년의 목회 중에 안동 시내에서 13년, 농촌에서 34년을 보냈다. 첫 회에서 필자는 시골 교회를 목회한 소회를 나누고자 한다.  

시골 교회는 기존 교인들의 고령화와 젊은이들의 이농현상(離農現象)으로 시간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 교회 통폐합을 운운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는데, 필자는 합병이 불가한 이유를 제시해 보려 한다. 

먼저 합병 요청의 근거가 성경적이 아니라 경제논리이기 때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교회는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 예배 공동체이다. 영혼이 있는 곳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준비된 영혼이 있다면, 그리고 그를 통해 예배가 드려진다면 그곳에 교회가 있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것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의 가르침이며, 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천하를 구원하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할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합병의 목소리가 현장 사역자들이 아닌 정책 기획자들에게서 나왔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골 현장의 목회자들은 합병이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시골은 동일한 행정구역 안에 여러 마을이 있다. 심지어 하나의 동(洞)도 중간에 산이 있어 나뉘어진 곳이 있고, 큰 개울을 건너야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각 생활구역은 가구수에 상관없이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필자가 사역하는 지역에 행정 구역상 7개 리(里)가 있지만 마을회관은 13개나 되는 것을 보면 공동체의 개념이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으며 삶의 방식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성향을 무시한 합병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농촌교회를 30여년 섬겨온 경험으로 보면 하나님이 교회를 경영하시는 것을 보고 있다. 떠난 청년이 중년이 돼 귀농하기도 하며, 하나님이 작은 교회 한 곳을 위해 강줄기를 돌리기도 하시고, 새 길을 내 두 마을을 하나로 만들기도 하신다. 
지난 2005년 두 교회가 합병하면서 문을 닫았던 교회 한 곳이 3주 전에 입당 예배를 드리고 다시 사역을 시작했는데, 이날 예배 중 듣게 된 이 교회를 거쳐간 한 목회자가 당시 적었던 글로 결론을 대신하고 싶다.

"19년 전 1988년 망나니 같은 부족한 종을 하나님은 그곳에 나를 보내 주셨고, 나는 거기에서 꿈을 꾸었고 첫 사랑의 믿음도 찾았고 일그러진 나의 영성을 회복한 곳도 그 곳이었기에, 그래서 나는 거기가 행복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그곳에서 미래를 준비했기에 나는 행복했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행복했고 못 입고 못 먹어도 행복했습니다. 몇 되지 않는 작은 동네 생명 구해 보겠다고 복음 가슴에 품고 반겨주지도 않는 이웃 찾아다닐 때, 나는 그때가 가장 뜨거웠습니다. 칼날 같이 차가운 겨울바람과 언 발로 강물을 건널 때, 찢어지는 아픔도 나의 이런 행복은 빼앗아 가지 못했습니다. 거기서 하나님은 나에게 두 아이를 주셨고, 그 아이들은 거기서 자라며 꿈을 키웠습니다. 풋내기 교역자 첫 열정으로 30평의 본당을 성도들과 함께 몸소 건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곳이 좋았습니다. 7년의 사역을 정리하고 떠나 온지 열 두 해를 지나도 한 번도 잊어 보지 못한 내 마음속에 그 교회는 그대로인데 그 교회가 문을 닫는 답니다. 내 첫 사랑의 교회 내 청춘을 받친 첫 사역지가 문을 닫습니다. 주님 뜻이 어디 있는지 종의 가슴은 그저 아플 뿐입니다(2006년 새벽기도 중에 김영윤 목사, 현 경안노회 현동교회 시무)."

작은 마을 주민들의 하루를 여는 자유로운 새벽종 소리, 고령의 어르신들의 새벽기도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 새벽이면 찾아오는 성령님의 순례로 어머니 같은 시골교회에서 이뤄진 그 뿌리 깊은 일들은 어떠한 가뭄이 와도 시들지 않을 것이다. 

이상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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