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고

[긴밭뜰 詩人 안원찬] 임플란트

용형선 기자 | 기사입력 2022/05/30 [13:10]

[긴밭뜰 詩人 안원찬] 임플란트

용형선 기자 | 입력 : 2022/05/30 [13:10]



 

임플란트

 

오십여 년 동안 사랑에 빠진 추녀처럼 

잇몸에 박혀 떨어질 줄 모르던 이빨들 

고달픈 막노동 즐기며 

차돌이다 유리다 온갖 것 가리지 않고 

맷돌질하여 맛깔나게 씹어주다 

갈라지고 깨지고 벌레 먹고 돌출되었다 

십여 년 전 때우고 씌우고 뽑고 심는 대공사 

그때 대체로 들여놓은 임플란트 중 

노동에 못 배겨난 왼쪽 아래 어금니 

가출 충동이는지 들쑤셔대며 마구 흔들어댄다 

밥알들이 장애물 경기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솟아 

치근덕거리는 녀석과 함께 

한 달포 전국 사찰 순례 다닌 죗값 

톡톡히 치러야 할 판이다 

썩은 암모니아 냄새가 풀풀 난다 

깊어진 잇몸 염증 치료할 수 없어 

발치하고 잇몸 이식수술해야 한단다 

씌워진 금 족히 반 돈은 되겠다 

드릴로 잇몸에 구멍 뚫는다 

잇몸이 뭉개질수록 온갖 것을 입속에 쟁여놓고 

맷돌질하고 싶은 위험한 충동 

불쑥 불쑥 일 때가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