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긴밭뜰 詩人 안원찬] 귀가 운다

용형선 기자 | 기사입력 2022/04/21 [14:43]

[긴밭뜰 詩人 안원찬] 귀가 운다

용형선 기자 | 입력 : 2022/04/21 [14:43]

 

  © 공작산 수타사 숲길



귀가 운다 

 

 

소리의 먼지가 쌓이고 있다 

귓속에서 밤낮 시냇물이 흐른다 

나뭇가지가 바람을 흔들고 바위가 파도를 끌어안는다 

똬리를 틀고 세력을 번창시키며 진 치고 있는 놈들 

막무가내 일가를 이루고 있다 

귓속으로 그 소리들을 불러들인 건 나다 

그러니 내 속에 사는 너는 얼마나 답답할까 

출구를 잃어버린 소리들이 

귓속에서 살림내고부턴 환하게 웃어본 적 없다 

피곤할수록 소리가 더 커지고 

적막과 고요가 잠을 사납게 흔들어댄다 

아이처럼 달래보지만 더 치열해진다 

숲에 들어 풀잎 사이에 귀를 내려놓는다 

귀가 운다 지축을 흔들며 귀가 울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