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에 좀도둑 많던 시절 긴밭들 초입 산 밑에 괴나리봇짐 내려놓고 땅 파고 돌 쌓아 움막 짓고 눈만 뜨면 죽자사자 산나물 뜯어 방앗간에서 얻은 밀기울 쌀겨 섞어 쑨 풀떼기로 하루하루 연명한다 삶아 말린 여유분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가 호미 들고 지나가는 윗마을 아지매 불러 한 다발씩 들려 보내던 세월 늙어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어느새 지붕에 골이 파이고 검버섯이 진을 친다 이장이 걷어다 준 곡식으로 끼니 때우며 움막 앞에 쪼그려 앉아 햇살 부르고 장에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다 말동무 할아부지 찾아드는 날이면 꼬깃꼬깃한 십 원짜리 한 장 황천길 갈 노잣돈 꼭 훔켜쥔 채 문고리에 수저 꼽아놓고 아랫도리 내주고 어쩌다 한걸음 늦게 찾아온 할아부지 문 앞에 세워진 지팡이 보고 뒤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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