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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의 시한부 정의, '대장동 3인방'이 유유히 걸어 나오는 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항소심 늑장 진행이 부른 '석방 사태'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6/04/29 [17:24]

6개월의 시한부 정의, '대장동 3인방'이 유유히 걸어 나오는 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항소심 늑장 진행이 부른 '석방 사태'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6/04/29 [17:24]

사법 정의의 시계가 멈춘 사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장동 게이트'의 주역들이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오는 30일 0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비롯해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서울구치소의 문을 열고 나온다.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던 이들이 항소심 판결이 나기도 전에 구속 기한 만료로 풀려나는 작금의 현실은 '지연된 정의'가 어떻게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이번 석방의 근본 원인은 법리적 무죄가 아니라 '항소심의 지체'에 있다. 1심 선고 이후 2심 첫 정식 공판이 열리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면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심급별 최대 구속 기간(6개월)을 허망하게 소진해 버린 것이다. 7,800억 원의 부당 이득과 4,800억 원대의 배임 혐의라는 전대미문의 범죄 액수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거북이 행정은 이들에게 '시한부 자유'를 헌납했다.

 

국민의 법 감정은 차갑게 식고 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재판 절차의 미비함 때문에 구치소를 나서는 이들의 모습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에게 깊은 무력감을 준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외적 지정학 위기와 내부 정치 갈등에 밀려 대형 비리 사건의 단죄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습은, 사법부가 과연 권력과 부로부터 독립된 '정의의 수호자'인지 의심케 한다.

 

김만배 씨 일행이 구치소 밖으로 나오는 것은 재판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될 항소심은 증거 인멸이나 진술 번복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구치소 문이 열리는 0시는 범죄 혐의자들이 자유를 되찾는 순간인 동시에, 대한민국 사법 정의가 심판대에 오르는 시간이다. 1심에서 징역 8년과 4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인물들이 재판 지연을 틈타 사회로 복귀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사법부는 이제라도 재판에 속도를 내어 '지연된 정의'가 '부정된 정의'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장동의 진실은 여전히 차가운 법정 안에 갇혀 있는데, 피고인들만 따뜻한 봄볕 아래로 나서는 이 모순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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