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우려스러운 지표는 나라 살림의 실상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다. 2년 연속 100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수입과 지출 구조가 이미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했음을 의미한다.
먼저, ‘세수 호재’를 집어삼키는 확장 재정의 늪이다.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법인세 등 세수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경제학의 기본은 호황기에 곳간을 채워 불황기에 대비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의 작동이다. 그러나 정부는 늘어날 세수마저 ‘전쟁 추경’과 ‘매머드 예산’으로 모두 소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가는 지출을 먼저 결정하는 ‘선지출 후세입’의 방만한 태도다.
둘째, ‘증가 속도’라는 시한폭탄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GDP 대비 채무 비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는 논리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착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부채 수용 능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인구 급감으로 빚을 갚을 사람은 줄어드는데 빚만 쌓이는 구조는, 결국 미래 세대의 지갑을 강제로 열어 현재의 비용을 지불하는 ‘세대 간 불공정’을 초래한다.
셋째, ‘전쟁 추경’의 정교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란전으로 인한 대외 불안은 분명한 악재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1차에 이어 하반기 2차 추경까지 시사하는 것은 시장에 ‘부채 무용론’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무분별한 적자 국채 발행은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고통받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축효과’를 낳는다.
정부는 돈을 더 쓸 궁리를 하기 전에, 기존 예산 중 불요불급한 항목을 도려내는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선행했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 ‘정치적 예산’이 아닌 ‘경제적 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선거와 정무적 판단에 따라 나라 곳간의 열쇠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일정 수준 이내로 강제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천금 같은 기회를 빚 갚는 데 단 1%라도 쓸 의지는 있는가? 또한 하반기 예고된 2차 추경이 초래할 금리 상승의 공포를 서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곳간이 비면 국가의 미래도, 안보도 없다. 정부는 지금의 ‘매머드 편성’ 방침을 즉각 재검토하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국민 앞에 정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1,300조 부채 시대에 정부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이다.
용석준 기자 <저작권자 ⓒ 홍천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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