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모호하게 한 보도”의 문제
최근 모 인터넷신문이 SNS에 이번 사안을 두고 “여야 공방”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군민 누구나 아는 사실은, 이번 부결의 직접적 원인은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반대와 기권이었다. 조례특위에서 이미 가결된 안건을 본회의에서 번복시킨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냈어야 한다. 하지만 기사는 이를 흐리며 ‘정치권 모두의 책임’으로 일반화했다. 이는 독자의 눈을 가리고, 의원 개개인의 무책임을 덮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역사적 맥락을 지운 무책임
동학농민혁명은 홍천 풍암리 전투를 비롯해 강원 최대의 격전지를 남긴 항쟁이다. 서석면민들은 1946년 국내 최초의 동학 위령제를 시작으로 80년 가까이 기념사업을 이어왔다. 그 결과 위령탑 건립, 학술 포럼, 전국 기념식, 문화제 등 전국적 모범사례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기사는 이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짚지 않고, 단순히 “역사를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라는 추상적 물음으로 축소시켰다. 이는 군민의 피와 땀으로 지켜온 전통을 가볍게 다룬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사회의 분노를 ‘한쪽 의견’으로 축소
강원동학21과 동학농민혁명 유족회, 서석면 단체들은 본회의 직후 강력한 성명을 내고 “조례 제정은 특정 단체의 이익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역사적 책무”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기사는 이를 “즉각 반응” 정도로 축소시켜, 마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것처럼 처리했다. 실제로는 주민들의 기자회견, 유족회의 강력한 규탄이 이어졌음에도 이를 희석한 보도는 민심을 온전히 담지 못했다.
추상적 대안의 허망함
기사의 말미는 “투명한 재정 설계”, “거버넌스 체제 구축” 같은 원론적 대안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이미 강원도 차원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보조금 지원 근거도 명확히 명시돼 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즉, 제도적 기반은 이미 존재하는데 홍천군의회만이 이를 거부했다는 본질은 가려졌다. 대안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사를 덮는 것은 또 다른 역사 배신
동학농민혁명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평등의 외침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군민 정체성의 뿌리다. 그러나 이번 조례 부결은 그 정신을 외면한 역사적 배신이며, 이를 희석한 보도는 또 다른 배신이다. 언론이 군민의 눈과 귀라면, 그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일이지, 무능한 의원들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홍천군의회는 역사를 부정했고, 언론은 그 책임을 흐렸다. 군민들은 이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역사를 외면한 자와 책임을 흐린 자에게 분명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AI시대 깊이 없는 생각서 각색된 글이 독자의 눈을 어둡게 한다. 최소한 언론을 자처한다면 먼저 기본이 되라.
용석준 기자 홍천뉴스투데이 발행인 <저작권자 ⓒ 홍천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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