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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농업회사법인, 실체는 수입업체

법인세 면제, 농지취득 등 혜택 얻으려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5/22 [12:25]

무늬만 농업회사법인, 실체는 수입업체

법인세 면제, 농지취득 등 혜택 얻으려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3/05/22 [12:25]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 등 농업법인 설립 후 농산물 수입을 주된 사업으로 삼는 업체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법인세 면제와 농지 취득 등 법인 설립에 따른 혜택을 받으면서 정작 수익은 수입 농산물 유통·가공을 통해 얻고 있어 이같은 운영 행태가 농업법인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농산물 수입업계에 따르면 기존 수입업체들이 농업법인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3월 발표한 ‘2021년 기준 농업법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활동 중인 농업법인수는 2만5605개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작물재배업(7548개)·농축산물유통업(7337개) 등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일부 업체는 수입업체로도 등록돼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를 통한 수입업체 조회 결과 수입식품 등 수입판매업으로 등록한 국내 영업자 중 농업법인 형태로 운영 중인 곳은 모두 101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수입업체들이 농업법인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법인세 면제와 농지 취득 등 일반 법인 대비 혜택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농산물 수입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은 없지만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농산물 유통·가공·판매 등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도 법인세를 일부 감면해주기 때문에 이같은 혜택을 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농업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법인이 농사 또는 유통·가공을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완전 또는 부분 면제해주기 때문에 수입업체 입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산물을 대규모로 수입해 유통할 경우 보관창고와 가공공장 등이 필요하고 농업법인은 이같은 기반시설을 짓기 위해 부동산을 매입할 때 일반 법인보다 세제 혜택이 크다”며 “특히 정부에서 진행하는 보조·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농산물 수입업체들의 농업법인 전환이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농업법인이 농산물 수입에 나서는 것은 불법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업법인의 사업 범위는 ▲농업의 경영 ▲농산물의 출하·유통·가공·판매·수출 ▲농작업 대행 등에 국한된다. 법에서 정한 사업 범위에 농산물 수입은 포함돼 있지 않아 만약 농업법인이 수입업에 나설 경우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수입을 주력 사업으로 삼는 농업법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농업법인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 흐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은 “농업법인은 국내 농업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도입된 특수목적법인”이라며 “국산 농산물을 가공하는 농업법인이 수급불안으로 불가피하게 일부 물량을 수입으로 대체하는 경우 외에 전문적으로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농업법인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선임연구위원은 “농업법인 설립 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다양한 지원을 받고 정작 국내 농업과 관련 없는 농산물 수입업에 종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형태로 운영하는 농업법인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흐름이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비농업인의 진입장벽을 지속적으로 완화해온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호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비농업인들의 최대 목적은 수익 창출이기 때문에 이들의 지분이 많은 농업회사법인은 국내 농업 발전과 관련 없는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며 “농업법인이 고유 사업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에서도 최근 이같은 문제를 인지, 사전·사후 조치를 강화하는 등 농산물 수입업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농업법인에 대해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청년농육성정책팀 관계자는 “농산물 가공업체가 국산 농산물과 함께 일부 수입 농산물을 가공하기 위해 수입하는 경우는 불가피한 측면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전문적으로 농산물 수입을 하는 농업법인에 대해서는 설립 이전 사전신고제와 설립 이후 실태조사를 통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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