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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덮친 구제역…전국 축산농 ‘노심초사’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5/14 [01:19]

4년 만에 덮친 구제역…전국 축산농 ‘노심초사’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3/05/14 [01:19]



“백신도 빠짐없이 접종하고 소독도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는데 구제역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무리 열심히 소독해도 구제역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11일 찾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일대. 국내에서 구제역이 4년4개월여 만에 다시 발생하자 소와 돼지 등 우제류를 사육하는 이 지역 축산농가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백신을 맞아도 걸릴 수 있을 정도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자신의 농장에서도 언제든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북이면의 한 농장과 2.1㎞ 떨어진 다른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처음 들어온 것은 10일 오후 4시쯤이었다. 동물위생시험소의 정밀검사 결과 이날 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일에는 발생농장과 가까운 두 농장에서, 12일에는 한 농장이 추가로 확진돼 총 5곳으로 늘었다.

 

인근 축산농가들은 외출을 삼가고 소독을 강화하며 질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추가 발생에 대한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발생농장 기준 반경 3㎞ 방역대 안에는 232농가가 4만여마리의 소·돼지·염소 등을 사육한다.

 

방역대 안에서 한우 60여마리를 키우는 모필근씨(37)는 “발생 소식을 듣자마자 농장 입구에 생석회를 뿌리고 주변 소독 횟수를 늘리는 등 방역을 강화하고 소 이상 유무를 확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며 “이렇게 최선을 다해도 언제 어떻게 우리 농장이 뚫릴지 몰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구제역 발생농장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한우 350마리를 사육하는 배모씨는 “구제역 발생 농장주도 평소 방역을 꼼꼼하게 했던 사람인데 어디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며 “애지중지 키운 소를 하루아침에 잃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제역 추가 발생 우려뿐만 아니라 이동제한에 따른 소 출하 지연, 한우고기·유제품 소비 감소 등 2차 피해 걱정도 크다.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발생하자 전국 우제류 농장과 축산 관련 시설 종사자·차량에 13일 0시까지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스탠드스틸)을 내렸고, 발생농장 반경 3㎞ 이내 축산농가에는 3주간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280마리 규모로 한우농장을 경영하는 한 농가는 “한달에 사료값으로만 5000만원가량 들어가는데 출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회전이 막혀 농장 운영이 어렵다”며 “한우값은 떨어지고 사료값은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구제역까지 터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미호강을 사이에 두고 발생농장과 800m 떨어진 곳에서 젖소를 키우는 김홍섭씨(44)는 “소를 먹일 사료가 이틀치밖에 남지 않았는데, 스탠드스틸 때문에 어떻게 사료를 공급받아야 할지 난감하다”며 “구제역 발생으로 자칫 우유와 유제품 등도 소비가 줄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청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축산농가들도 걱정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여주의 한우농가 이대균씨(58)는 “현재 한우값이 크게 떨어져 농가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인데 구제역까지 발생해 앞으로 한우고기 소비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한우 150여마리를 사육하는 이정철씨(44)는 “이틀에 한번꼴로 농장을 소독하고 백신도 접종했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유지하던 송아지 가격도 9일 20만~30만원씩 떨어졌는데, 앞으로 얼마나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어 두렵다”고 밝혔다.

 

최종효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장은 “농가들은 살기 위해 농장 소독은 물론 백신도 때마다 빠짐없이 접종하는데 구제역이 발생해 허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러면서 “한우값 폭락으로 농가들이 어려운 만큼 5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에도 발빠르게 소독약과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지역 한 한우농가는 “지역 한우농가들과 6월초에 해외 선진지 견학이 계획돼 있는데 취소해야 할 것 같다”며 “현재 농가들은 극도로 긴장하면서 소에 이상징후는 없는지 예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영철 전국한우협회 강원도지회장은 “한우값 하락과 사료값 상승이 지속돼 도내 상당수 한우농가들이 만성적인 적자를 겪는 상황에서 구제역 발생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돼지농가들은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충남 천안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김종모씨(58)는 “평소 ASF 방역도 힘든데 구제역까지 발생해 스트레스가 한층 가중됐다”며 “구제역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등 방역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올 1∼4월 양돈농장에서 발생한 ASF 건수는 총 8건으로 2019년(14건) 이후 가장 많다.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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