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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샘의 edu사랑 이야기 167. 라쇼몽(羅生門) 효과

용형선 기자 | 기사입력 2023/01/29 [10:14]

김샘의 edu사랑 이야기 167. 라쇼몽(羅生門) 효과

용형선 기자 | 입력 : 2023/01/29 [10:14]

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을 조작하는 것을‘라쇼몽 효과’라고 한다. 숲속에서 사무라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최초로 목격한 나무꾼이 관아에 신고했다. 수사결과, ‘사무라이 부부가 숲을 지나던 중 산적을 만나 아내는 겁탈당하고 사무라이는 죽임을 당했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적, 사무라이 아내, 나무꾼이 재판정에 끌려왔다. 저마다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진술하는데 3명 모두 다르게 말했다. 이에 누구 말이 옳은지 구분할 수 없게 되자 무당을 데려와 죽은 사무라이의 영혼을 불러냈다. 어이없게도 죽은 사무라이의 진술도 달랐다.

 

① 산적 : 내가 죽였다. 사무라이 아내가 남편을 죽여달라고 해서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했고 내가 이겼다.(해석 : 그는 유명한 산적이었고, 자기의 명성에 걸맞게 기억을 조작)

 

② 사무라이 아내 : 내가 죽였다. 산적은 나를 겁탈한 후 도망갔다. 남편은 겁탈당하며 저항하지 못한 나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봤다. 그 눈빛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의 가슴을 단도(短刀)로 찔렀다.(해석 : 산적에게 겁탈당한 자신을 합리화, 동정심을 유발하는 기억조작)

 

③ 사무라이 영혼 : 겁탈당한 아내가 산적에게 같이 도망치자고 말했다. 나는 치욕감을 이기지 못해 땅바닥에 있던 단도(短刀)로 자살했다.(해석 : 산적에게 겁탈당하는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아내에게 돌리고 자신은 명예롭게 자살했다고 기억조작)

 

④ 나무꾼 : 사무라이 아내가 남편과 산적 모두 남자답지 못하다고 모욕하자 남편이 마지못해 산적과 결투하다가 죽었다.(해석 : 사무라이 시체에 꽂혀 있던 단도(短刀)가 매우 진귀한 칼이어서 자신이 숨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결투하다가 죽었다고 기억조작)

 

사무라이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몇 번을 읽어봐도 헷갈릴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다. ‘누가 죽였냐?’가 아니라 ‘같은 사실을 두고도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기억을 조작한다.’라는 것이다. 산적은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 사무라이의 아내는 저항하거나 자결하지 않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무라이는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무꾼은 값나가는 단도(短刀)를 자신이 숨기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기억을 조작한다.

 

영화 <라쇼몽>은 패전으로 인해 인간의 마음이 황폐화되어감에 따라 욕정과 탐욕을 추구하는 이기심과 자기합리화 속에서도 인간을 신뢰해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라쇼몽과 같은 장면이 많다. 다만 공동체의 의미가 큰 이 시대에 개개인의 이기심을 드러내지만 말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샘의 edu사랑 이야기는 화계초 김동성 교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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