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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들 詩人 안원찬] 해우소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3/01/24 [17:22]

[긴밭들 詩人 안원찬] 해우소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3/01/24 [17:22]

  © 근심 푸느 곳(해우소)



해우소
 

 

 

퇴비 된 똥 다시 먹거리 키우던 시절

시집살이하던 어머니

거적때기 젖히고 허리 굽혀 들어가

근심 풀고 나오던 뒷간처럼

해탈은 아니어도 새처럼 가볍게

몸과 마음 비우고 나오던 해우소

근심 한 덩어리 철퍼덕 바닥에 떨어진다

저 근심은 몸보다 먼저 마음이 키워낸 것

오늘 나는 해우소에 앉아

욕망과 근심 사이의 함수관계를 개관한다

방구석에 처박혀 피운 게으름과

술 퍼먹으며 함부로 다룬 몸이

근심을 낳고 키워왔던 것

그러나 놀라워라, 근심이

밭으로 돌아가 풋것들의 밥이 된다는 사실

해우소에 앉아 근심을 비우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근심은 밭으로 가서 땅에 근력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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