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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소리, 성적 트릭스터로서 구미호". .9월17일부터 분홍별관에서 개최

현대미술계 다섯 명의 작가, 양아치, 용해숙, 임영주, 임흥순, 최수련이 참여
지역의 환경과 설화에 주목한 전시, ‘팔봉산’을 새롭게 상상하다

용형선 기자 | 기사입력 2022/09/13 [16:23]

"산의 소리, 성적 트릭스터로서 구미호". .9월17일부터 분홍별관에서 개최

현대미술계 다섯 명의 작가, 양아치, 용해숙, 임영주, 임흥순, 최수련이 참여
지역의 환경과 설화에 주목한 전시, ‘팔봉산’을 새롭게 상상하다

용형선 기자 | 입력 : 2022/09/13 [16:23]



팔봉산과 구미호를 엮어 내다...

 

전시 《산의 소리: 성적 트릭스터로서 구미호》(이하 《구미호》전)가 오는 9월 17일(토)부터 10월 7일(금)까지 홍천중앙시장 2층에 위치한 분홍별관에서 열린다.

 

홍천 굴운리에 소재한 분홍공장은 2014년 설립 이후, 지역민의 문화 활성화를 위해 홍천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해 왔으며, 다양한 작가들의 홍천에 관한 리서치와 작업을 지원해 왔다. 또한, 작년 트리엔날레 참여 이후 분홍별관을 주로 전시를 여는 또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운영해 왔다.

 

홍천의 산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급경사를 이루며 가파른 연봉(連峯)으로 이어진다. 전시를 기획한 김남수 예술감독은 홍천의 팔봉산을 하나의 중요한 상징으로 전제하고, 여기에 구미호라는 신화적 존재를 대입하여 전시의 주요한 서사로 구성하고자 했다. 먼저 여덟 봉우리로 이뤄진 팔봉산은 울퉁불퉁한 하나의 주름을 갖고 있고, 다음으로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로 보통 이야기되지만, 실은 꼬리가 하나이고 그 하나의 꼬리가 9가지 변신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이다. 여기에는 팔봉산과 구미호에 각각 해당하는 8과 9의 숫자가 있다. 곧 이번 전시는 팔봉산의 여덟 개의 봉우리를 잇는 산소리를 내서 아홉 가지의 변화를 만드는 존재로서 구미호를 상정한 것이다.

 

‘트릭스터’는 중세 신화나 민담에 빈번히 등장하는 도덕과 관습을 어기고 교란하는 존재로, 주인공을 유혹하거나 시련을 겪게 하거나 하여 서사를 급변시키는 중심적인 역할로 자리한다. 《구미호》전에서 구미호는 ‘요괴’와 ‘신선’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약이자 독’인 파르마콘적 존재이자, 일종의 성적 트릭스터로서 남성에게 최고의 쾌락을 약속하며 호리지만, 비밀스럽고 잔혹하게 그를 배신하는 존재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문화를 교란해 새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섯 명의 작가가 홍천을 해석하다...

 

전시는 활발하게 현대미술계에서 활동해온 양아치, 용해숙, 임영주, 임흥순, 최수련(가나다 순) 이상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먼저, 임흥순 작가는 팔봉산 등정 과정의 자연 속에 드리운 잔영(殘影)을 엿보는 사진 작업 〈팔봉산-연작〉(2022)과 사진 앨범 〈산기운〉(2022)을 선보인다. 이는 4.3 제주민주화운동의 여파 속에서 살았던 세 여인의 초상을 그린, 임흥순의 지난 다큐멘터리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9)의 여파 아래 있다고 해석된다.

 

최수련 작가는 동북아시아의 고전적 이미지가 동시대에 재현되는 양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들을 회화로 옮겨오고 있다. 이는 문자와 이미지가 하나의 그림에서 경합하는 형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작가는 〈망한 나라의 음악〉 작업 등에서 회화로서는 드문, 직접적인 각성의 감각을 추구해 왔다. 작가는 두 점의 회화 〈狐曰〉(2022), 〈無懼〉(2022)를 통해 구미호를 사람 호리는 요괴 대신에, 태고의 여산신(女山神)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용해숙 작가의 〈뒤집기〉(2022)는 움직이는 설치 작업에 은근한 소리를 더한 작업이다. 이는 실제 작가의 독일 친구와 독일 조카의 소리, 그리고 인터넷의 유령처럼 떠도는 소리가 결합한 소리로, 호랑이 울음소리를 표현한다. 설치는 돌 위를 돌아가는 꼬리털이 매만지는 형식으로, 마치 이 울음에 가까워지려는 듯 돌을 매만지는 여우 꼬리 형상의 빗질의 소리가 더해진다.

 

 

  © 임영주 작가의 요석공주


 

임영주 작가는 3채널 영상 작업 〈요석공주〉(2018)에서 삼국유사 원효불기(元曉不羈)에 나오는 요석공주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야기들이 비유나 상징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믿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으고 종합하고 그 속에 욕망을 추적한다. 고전의 설화를 인터넷에 떠도는 ‘썰’과 비교하고, 그 유사성의 뿌리에서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양아치 작가의 뼈와 살이 타는 밤



양아치 작가의 사진 설치 작업 〈뼈와 살이 타는 밤〉은 어두운 밤길의 빛 속에 떠오르는 복숭아가 등장한다. 복숭아는 동물의 머리칼이 돋아나오는 동식물의 ‘종간 여행’이 있다. 실제 작가는 밤에 산에서 돌연한 머리칼의 존재와 마주친 경험을 작품으로 옮겼으며, 한편, 이러한 존재는 죽고 나서 구근 작물로 환생하는 소녀 ‘하이누웰레’가 나오는 남방계 하이누웰레 신화를 연상시킨다.

 

전시 개막과 함께 디제잉 파티가 열려...

 

전시가 개막하는 17일 오후 6시에는 분홍별관 야외에서 철학자 양진호가 여는 DJ 파티가 있다. 단순히 음악적 흥겨움보다는 전시와 연계된 곡목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참고로 양진호 철학자는 지난 7월 3일 중앙시장 옥상에서 〈릴리트, 마조히즘, 자연의 의지〉라는 전시 연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매체와 성격이 다른 다섯 명의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모두 홍천의 팔봉산에 주목해 새롭게 작업을 만들거나 자신의 이전 작업을 재구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남수 예술감독은 작가들에게 팔봉산에 대한 해석의 관점을 열어주기 위해 양효실 미학자, 신범순 문학평론가, 히라이 토시하루 한양여대 교수, 현지예 작가, 양진호 철학자까지 다섯 명의 강연을 마련한 바 있다.

 

홍천의 자연과 지역, 이야기에 집중한 이번 전시 《산의 소리: 성적 트릭스터로서 구미호》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이 예술이 가진 잠재력과 지역에 관한 풍부한 해석의 관점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시 개요]

 

기획 | 김남수

참여작가 | 양아치, 용해숙, 임영주, 임흥순, 최수련

큐레이터 | 김민관

프로젝트 매니저 | 황미나

그래픽 디자인 | 정사록

사진 기록 | 홍철기

도움 | 김성경, 윤지은

주최 및 주관 | 분홍공장

후원 | 강원도, 강원문화재단

협력 | 홍천군, 홍천 중앙시장 상인회 

분홍공장 홈페이지: https://pink-factory.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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