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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뜰 詩人 안원찬] 정년퇴직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4/27 [15:53]

[긴밭뜰 詩人 안원찬] 정년퇴직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04/27 [15:53]

 



 

정년퇴직  

 

천구백구십삼 년 사월 칠일 

한국전력기술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수줍음 많은 채송화 만나고 

우아한 자태의 목련 만나고 

칙칙한 물푸레나무 만나고 

둥글둥글한 단호박 만났다 

딱딱한 박달나무 만나고 

거칠거칠한 느릅나무 만나고 

깐깐하고 무식한 밤나무 만나고 

매콤한 고추나무 만났다 

뜨거운 참나무 만나고 

예쁜 새침데기 앵두나무 만나고 

만나고, 만나고, 만나며 

나는 학교에 다니듯 직장을 오갔다 

나를 가르치는 스승들 많았다 

두꺼운 책 많이 읽었다 

밑줄 그며 많은 걸 익혔다 

그리고 마침내 울고 웃던 학교를 졸업했다 

 

이별은 미의 참이다 

이제 나는 시계 없는 학교에 입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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