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긴밭들 시인 안원찬
[긴밭뜰 詩人 안원찬] 정년퇴직
용석준 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2/04/27 [15:53]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년퇴직  

 

천구백구십삼 년 사월 칠일 

한국전력기술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수줍음 많은 채송화 만나고 

우아한 자태의 목련 만나고 

칙칙한 물푸레나무 만나고 

둥글둥글한 단호박 만났다 

딱딱한 박달나무 만나고 

거칠거칠한 느릅나무 만나고 

깐깐하고 무식한 밤나무 만나고 

매콤한 고추나무 만났다 

뜨거운 참나무 만나고 

예쁜 새침데기 앵두나무 만나고 

만나고, 만나고, 만나며 

나는 학교에 다니듯 직장을 오갔다 

나를 가르치는 스승들 많았다 

두꺼운 책 많이 읽었다 

밑줄 그며 많은 걸 익혔다 

그리고 마침내 울고 웃던 학교를 졸업했다 

 

이별은 미의 참이다 

이제 나는 시계 없는 학교에 입학하겠다

  

ⓒ 홍천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